<긴급진단>쿠나제 駐韓러大使 인터뷰-최성애 本紙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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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金日成이 사망,남북한 관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오르기쿠나제(46)주한 러시아 대사는『남북한 정상회담은 북측으로서는김일성의 유언과도 같아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金正日 체제하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나제 대사는 16일 러시아대사관에서 있은 본사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앞으로 金正日의 北韓이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은 최근 김정일 체제가 멀지않아 붕괴될 것으로 전망했다.그 근거로▲金의 정치역량 부족▲측근세력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을 들고 있다.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북한은 정권교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따라서 과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정치향방을 점치기는 쉽지않다.이 때문에 쿠데타로 김정일체제가 무너진다는 전망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軍이 나설 가능성은 없는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군은 정치의 일부일 뿐 독자적 위치를 갖고 있지 않다.이 점에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더구나 이미 권력의 중심에 있는 군간부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겠는가.』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정치적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김정일의 정치기반의 강약에 대답할 사람은 없다.김정일 자신도 모를 수 있다.지도자라는 공적 처지를 떠나 개인적 입장에서그를 이해한다면 자질부족이라든가 하는 해석은 성급할 수 있다.
자질 부족으로 야기될 정치 불안정 운운은 피상적 판단일 수 있다.』 -김정일 정권하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은 달라질 수 있다고판단하는가.
『북한은 남북정상간의 회담을 김일성주석의 유언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南과의 대화재개가 김일성의 마지막 사안이었던 만큼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러시아 군사지「붉은별」은 이제까지 북한에 대한 주변국의 압력이역효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협력체제로의 전환을 제시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러시아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북한을 국제사회의 동반자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나라마다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러시아도 마찬가지다.러시아와 중국은 북한과 오랜 외교관계를 가진 강대국이다.따라서 이 두나라는 한국과북한의 관계구축및 유지에 교량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북한은 빠른 시일내에 세계질서에 편입되어야 한다.세계 모든 나라는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법과 의무를 준수해야한다는데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에 관해 우리는 믿을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않다.
러시아는….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다.누구도 정확한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확실한 것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핵기술을 연구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인가.
▲모든 핵시설 보유국은 잠정적인 핵무기 보유국이라 할 수 있다.에너지원으로서 핵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핵무기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다.이 점에서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외정보전문가들은 북한은 아직 그러한 능력을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으나,나는 믿는다.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폭탄을 만들 것인가에 있지 않다.문제의 핵심은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정권이 존재하느냐 여부다.다시말해 정권의 성격이 더 중요하다.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은 국내 정치와 외교분야에서 변화가 예상되는데.
『북한의 경제가 정치를 결정하게 된다.
북한의 경제침체가 계속되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주변국에 불안요인을 제공할 것이다.현재 북한에 가장 필요한 변화는 경제 회생을 목표로하는 정치변화로 여겨진다.』 -향후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이 관계는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현 러-北 관계에서 무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무역규모가 크다고 볼 수는 없으며 3백50만~4백만달러에 달하는 북한측의 우리에 대한채무상환 문제가 남아 있다.문화교류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관계가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다.북한의 새 지도자들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북한에 지니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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