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참여문학 화합 한마당-한국문학인대회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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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순수.참여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문학단체들이 대화합의 장을 마련할수 있을 것인가.한국일보사가 문단화합을 위해 24~26일 경주코오롱호텔과 포항해수욕장에서 갖는「한국문학인대회」는 전국의 문인 5백여명이 초청되는 매머드행사다 .
이번 대회에는 문학적 이념이나 경향을 초월,원로시인 具常씨를대회의장으로 黃命문인협회이사장.宋基淑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文德守펜클럽한국본부회장등 3대문학단체 대표들이 조직위원으로 참여하게된다.이번 대회의 대주제는「한국문학의 어제.오 늘.내일」이며 주제강연은 문학평론가 李御寧씨.시인 高銀씨가 맡는다.대주제는 다시「광복 50년 한국문학의 성과」「오늘의 한국문학 무엇이 문제인가」「21세기 한국문학의 방향」등 3개 소주제로 나뉘어 세미나에 부쳐질 예정이다.
제1주제 세미나에서는 문학평론가 崔元植씨의 발제를 통해 문학의 정치 혹은 현실참여 기능과 문학 자체의 순수성이 빚는 긴장.대립,그리고 상호보완 관계를 살피게 된다.제2주제에서는 문학평론가 金容稷씨의 발제로 상업주의시대 문학의 위상 ,등단등 문학제도와 문단관행,그리고 올바른 문학교육의 방향등을 모색하게 된다.제3주제에서는 문학평론가 金炳翼씨가 통일.지구촌.정보화시대가 될 21세기의 문학과 문인의 가치관.위상등을 살핀다.이번대회에서는 세미나 결과와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아「한국문학인대회선언문」도 채택할 예정이다.이번 대회의 의의는 무엇보다 문학적이념이나 경향,그리고 지리적으로는 중앙과 지방을 뛰어넘어 전국의 문인이 해방후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다는데 있다.
전국규모의 문학자대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46년2월8일 조선문학가동맹은 서울에서「전국조선문학자대회」를 열었다.『임꺽정』의 작가이자 월북후 북한의 부수상까지 지낸 洪命憙를 위원장으로 내세운 이 대회는 그러나 좌익계열만의 문인대회 로 그쳤다.
이 대회 직후인 46년3월13일 우익계열의 문인들도 대회를 갖고 전조선문필가협회를 결성했다.정부가 수립되자 좌익문학 단체들은 모두 와해됐고 우익 민족문학진영의 정통은 현재의 문인협회로이어졌다.그러나 60년대 들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반체제.참여문학이 마침내 큰 흐름을 이뤄 현재의 민족문학작가회의로 결집됐다. 민주화운동이 들끓던 80년대 친체제적 문인협회와 반체제적민족문학작가회의의 대립.반목은 그 극에 달했으며 그것이 90년대초 이래 소강상태를 보이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문단에서는 남북작가회담등 통일시대를 대비한 한국문단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문제와 함께 날로 더해가는 상업문학에서 본격문학을 효율적으로 지켜내고 문인의 권익과 품위를 높이기위한 문단의 연대내지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높다. 그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서로간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 의해 유대를 이룰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선언문」이라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그렇지 않으면 문인들이 전용 새마을열차를 타고 가 기업체의 협조금으로 세낸 특급호텔에서 호화바캉스를 즐겼다는 욕이나 듣고 문단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가리라는 것이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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