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BS.TV드라마 김수현의 작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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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작가 김수현의 드라마는 날카롭고 시끄럽다.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할 말이 많고 몸짓도 격하다.마치 세상을 싸움이 아니면 연애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같다.작가 자신이 세상에 대해 발언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에게 그 싸움과 연애의 대상은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로 추상화된다.권위적 가족주의 아래에서의 시어머니와 며느리,불공정한가족법아래에서의 남편과 아내,성차별이 존재하는 직장에서의 남과여,김수현의 상황설정은 늘 대립적이다.그리고 피해자편에 서서 가해자들을 공격한다.
SBS-TV 『작별』도 예외가 아니다.현재 이 드라마는 의사인 인서(손창민)와 역시 의사인 애인 예림(고현정),그리고 약사인 인서의 옛애인 승주(박현숙)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서 인서는 유복자이기 때문에 승주 부모들로부터 환영받지못하다 결국 그녀와 헤어진다.인서와 승주부모의 관계는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설정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승주의 아버지는 동시에 또 다른 사회적 편견의 피해자다.그 편견은 『10년이 넘게 사귀어 소문이 날대로 난 애를 이제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는,여성을 도구적 존재로 보는 시각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을 향해 소리지른다.승주아버지는 병원으로 인서를 찾아가 욕하고 인서는 『원하든대로 됐지 않았느냐』고 따진다.결국 이 드라마는 진짜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는 피해자들끼리 서로 싸우는 비극적 구 도로 짜여있다. 작가는 이 구도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자신이 바라보는 진짜 가해자인 다양한 사회적 편견을 날카롭게 공박한다.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은 아무도 그같은 억압적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때 혼자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그래서 가해자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주었고피해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찾게끔 도와주었다.이 때문에 그의 드라마는 어떤 종류든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계층에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다.김수현의 대사로 자신의 얘기를 하는 「맺힌 가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그만큼 김수현적인 대립구조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작별』의 시청률은 초기10%에서 20%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과거 김수 현 드라마에비하면 너무 초라하다.『쓸데없이 싸우고 소리지르고 우는 어둡고후텁지근한 드라마』라는 혹평도 심심찮게 들린다.
여전히 김수현적인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 『작별』.그러나 이제시청자들은 「김수현적인 것」 자체에 식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작별』이 김수현시대에 작별을 고하는 작품이 되지않기 위해서는 좀더 부드럽게 세상과 싸우고,좀더 부드럽게 세상과 연애하는방법을 찾아야 할듯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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