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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조문 찬반토론-민자당 白南治.민주당 李富榮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中央日報는 金日成 조문발언의 당사자중의 한사람인 李富榮의원(민주.서울 江東甲)과 조문에 반대하는 白南治의원(민자.서울 蘆原甲)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기고를 받아 게재한다.
金日成의 반민족적 잔인한 행위는 李富榮의원의 말처럼『역사가 정리하고 평가하게 될 문제』인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외적으로 평가가 내려진 명백한 사실이며 엄연한 현실이다.金日成에 대한 평가가 李의원의 말처럼 역사와 미래에 넘겨야될 모 호한 것인가묻고 싶다.만약 그렇다면 조문발언 같은 자유로운(?)발언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상주(북한)가 일찍이 선언한 마당에 조문론을 희망사항 비슷하게 정부측에 촉구성 문의를 한 것이야말로 이해하기 어렵다.북한에 조문을 하기위해 밀입국이라도 하란 말인가.그 즉시 국민의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사과를 하더니 14일 본회의에서는 다시 조문의 타당론을 주장하고,일부 극렬학생들이 그에 적극 동조하는가 하면 분향소까지 설치하는 반 국민적 행위가 잇따르자 북한은 때를 놓칠세라 돌변해 남한의 조문을 부추기고 시비를 걸어오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李의원은 국민에 대한 사과성 발언단계에서 마땅히 침묵했어야 했다.그것이 정치인으로서 국익을 위하는 것인가.
민주사회의 다원화를 빙자한 무책임하고 주관적인 주장이 북한에분열과 약점으로 비춰지고,북한은 그것을 이용하고 조장해온 것이어제 오늘의 일이었던가.
조문론의 발상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여기서 우리가조심해야 할 말이 함부로 사용되는 무책임한 낭만적 개념의 국익이다. 조문론자들의 말처럼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고 북한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정보도 없이 감상적으로 조문을 보내면 국익을 위한 것인가.남북관계는 조문에 의해 좌우될 낭만적 관계가 아니다.
李의원은 남북한 신뢰구축-정상회담-통일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 어느 누가 그것을 반대한단 말인가.조문을 반대하는대다수 국민이 통일반대론자인가.보수요,수구세력으로 매도해도 된단말인가.국민의 조문반대여론을 전달하는 것이 매 카시즘인가.건전한 국민의 소리라고 받아들일 마음은 없는가.
보수와 진보의 분류는 자유.평등.박애.인권등 휴머니즘을 달성하는 방법론적 분류이어야 한다.두 개념은 민주주의적 개념이어야한다. 북의 체제는 진정한 진보주의가 추구하는 휴머니즘과는 거리가 먼 사이비 종교집단임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친북적 그룹은 진보 그룹이 아니라 친북적 그룹일 뿐이다.하루빨리 우리는 분명하게 옥석을 가려 젊은이들을 가치관의 혼돈에서 구해 내야 한다. 日王 사망시 우리가 조문한 것은 그런대로 과거청산과 수교를 해서 우방이 되었기 때문이며,毛澤東 사망시 닉슨과 포드가간 것은 당시 수교가 된 이후였다.
그러나 동서독의 경우에는 정상관계가 수준높게 이루어졌어도 장기통치자였던 울브리히트의 사망시 조문은 물론 어떠한 공식적인 반응도 없었다.
독일통일의 기초를 닦은 브란트,흐루시초프를 만난 케네디,毛澤東을 만난 닉슨,그들은 모두 철저한 반공산주의자요,반파쇼주의자였다.그들은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를 발전시켰다.
金泳三대통령도 전생애를 통해 반공주의자요,반독재주의자였다.
이제 우리도 냉전시대의 유물인 권위주의시대의 시대착오적 운동권 논리의 수렁에서 탈출해야 한다.우리 모두 냉철한 자세로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뭉칠때 북한도 진지하게 대화에 나올 것이고,통일의 가능성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외무통일위에서 필자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에 대해 對北조문사절 파견 내지는 조의표명 여부를물은뒤 적지않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조문사절 파견검토 용의를 정부에 물었던 것은 金日成 개인에 대한 애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남북간의 화해와 신뢰를 도모하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첫째,정상회담에 대한 그동안의 합의정신을 살려 앞으로 남북간의 신뢰구축을 위한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둘째,정부가 金正日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고백하는상태에서 북한에 대해 많은 내용을 파악하고 한반 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빠른 시일내에 북측 당국과의 접촉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 담겨있었다.셋째,美.日.中.러등 강대국들이「조문외교」를 통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려는 움직임에 대 해 우리도 구경꾼이 되지말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질문한 것이었다.
분명 金日成의 6.25전쟁 도발이나 계속적인 테러리즘은 역사적으로 단죄되어야 한다.그것은 역사가 정리하고 평가하게 될 문제다.그러나 남북이 영영 반목하고 대결하며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金泳三대통령과 金日成북한주석 사이에 합 의되었던 남북정상회담의 기조를 끝까지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지난 시절 蔣介石과 毛澤東이 사망했을 때 중국과 臺灣이 주고받은 정중한 조의 교환이 과거의 응어리를 잊은채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닉슨과 포드가 毛澤東의 사망시 조문사절로 北京을 찾은 것이 5만여 한국전 희생 미군을 잊고서 한 행 위가 아니었다.日王 히로히토(明仁)가 죽었을 때 우리 정부의 조문사절 파견이 일제 36년의 압제와 수탈을 망각한 채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비록 적이더라도,그리고「전범」이라 해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조의를 표하거나 조문사절을 보내는 것 이 국제적인 외교관례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金泳三대통령은 상주인 金正日에게 첫 인사로 어떤 말을 하게 되겠는가를 생각해보자.
이번 발언과 관련하여 집권여당이 보인 태도는 참으로 납득하기어려운 것이었다.누차에 걸쳐 당사자들이 발언의 진의를 충분히 해명했음에도 이 문제를 재삼 거론하며 정치성 공세를 펴고 있는것은 시대착오적인 한국판 매카시즘의 부활을 노 린 기도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파문을 지켜보며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발언의 전체 맥락과 내용보다「조문」이라는 단어 하나를 발견하고서 그 앞뒷말은 모두 거두절미한 채 소동을 벌이는 비이성적 문화였다.오직「조문」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사실만이 중요했을 뿐이 었다.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빠져나온 냉전의 길고도 어두운 터널 속을 우리만아직도 헤매고 있는 느낌이었다.
전세계가 탈냉전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 내부에서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참으로 소모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정부에 대해「국민정서가 양해하는 것을 조건으로」조의표명이나 조문사절 파견 용의 여부를 물었던 것도 그같은 문제는정부차원으로 일원화되어야 우리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가 해묵은 사상논쟁에 휘말려들기에는 21세기를 향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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