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끼리' 발맞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2월의 첫 장이 열린 2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증권가. 개장을 30분 앞두고 오전 투자전략 회의를 끝낸 애널리스트들은 폭락 수준은 아니라도 10포인트 안팎의 하락 장세를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나흘 연속 내림세에서 벗어나 지난주 말보다 6.39포인트(0.75%) 오른 854.89로 마감했다. 810선까지 조정받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었지만 850선을 거뜬히 회복하는 상승장세가 펼쳐진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하루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날 국내 증시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은 최근 미국 증시에 약간의 거품이 형성됐다는 '미니 버블'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는 1999년처럼 정보기술(IT)종목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오르는 조짐이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돼 왔다. 미국 중앙은행(FRB)이 지난달 29일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을 빼기 위해 저금리 정책의 막을 내리겠다고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증시에 부정적인 신호들이 제기되면 국내 증시는 일반적으로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미국-한국 증시의 동조화가 약해지고, 한국-대만-일본 증시의 동조화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9일에도 미국 증시는 일부 기업의 실적 하락 발표로 내림세를 탔지만 한국.대만 증시는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15일과 26일에도 미국 증시는 내리고 한국.대만.일본 증시는 올랐다. 미 증시의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국내 증시가 예전과 달리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아시아 증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증시 디커플링'은 여전히 낮은 주가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미국이 하반기 금리를 올리면 아시아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아시아 경제는 올해 5%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데다 주가도 여전히 싸기 때문에 당분간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미국 뮤추얼펀드에는 지난주에도 12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