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섹스앤더시티>, 파리지엔의 낭만적인 연애소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파리지엔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낭만과 자유, 감성과 사유로 대표되는 파리지엔들은 사랑하는 모습도 조금은 특별하지 않을까? 《브리짓 존스》부터 《섹스앤더시티》, 《쇼퍼홀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까지 섭렵하고 뭔가 좀 더 참신한 소설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파리지엔의 사랑을 담은 《처음 그날부터》를 권한다.

《처음 그날부터》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엔 일과 사랑 모두를 이루어내는 신데렐라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명품을 동경하고 사치와 소비에 열광하는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결혼을 생각하는 30대 독신 여성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느 칙릿 소설 못지않게 유쾌하고 스타일리시하다. 예술과 철학을 향유할 줄 알고, 스타벅스를 마시지 않고도 한없이 수다를 떨 수 있고,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진정한 패셔니스트 파리지엔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외롭게 자유로울 것인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구속당할 것인가?

《처음 그날부터》는 자유로운 도시 파리에 사는 두 여자, 엘리즈와 델핀. 타협도, 의무도 없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던 파리지엔 엘리즈와 델핀은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슬슬 결혼이라는 대열에 합류할까 하고 고민 중이다. 하지만 가정과 자유, 너무 모순 아닌가?
아무튼……. 그녀들은 같은 시기에 연애를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그녀들의 애인들 역시 친구 사이다. 공교롭다기보다 엘리즈가 남자 친구의 친구를 델핀에게 소개시켜주었으니 다분히 계획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렇게 결성된 연인 4인방은 파리의 연인들답게 사유하고 대화하며, 먹고 마시며 즐거운 연애를 즐긴다.

하지만 연애를 하다 보면 남녀 사이엔 언제나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이럴 경우 결론은 세 가지다. 문제를 극복하고 결혼을 하거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거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혼하거나. 이 세 가지 결론 앞에 선 엘리즈와 델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동거는 좋지만 결혼은 싫고 잠자리에서 여자친구의 과거를 묻는 남자를 경멸하고 바지 다림질을 시키는 남자보다 자신을 위해 바지를 벗는 남자를 선호하는 엘리즈는 시몽의 평범한 완벽함에 점점 질려간다. 혼자 있을 때보다 그와 함께하는 게 더 지루하니 정말 미칠 노릇이다. “시몽, 난 당신의 장점이 정말 지긋지긋해!” 이 위태로운 커플은 사랑을 과연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한편, 라디오 방송국 사장 바르나베와 열렬히 연애중인 델핀. 120킬로그램의 거구에 불만투성이 골초 비평가가 뭐 그리 좋은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델핀은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가족 모임에 애인을 데려오라는 엄마의 말에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얼굴이 벌게지도록 남의 의견에 반박하고, 식탁에서 예의 없이 기침을 해대는 뚱보 골초를 어떻게 가족에게 소개할 수 있겠는가? “어디, 대리 애인해줄 남자 없나요? 딱 하루만.” 위대한 커플처럼 보였던 이들 역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들은 또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파리지엔의 표본인 두 여성, 엘리즈와 델핀의 사랑법을 솔직 담백하게 담은 《처음 그날부터》는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사랑과 의무, 자유와 구속, 새로운 인간관계 등에 관한 문제를 섬세하게 그리면서 독자들에게 결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또한 연애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여성의 심리를 파리지엔의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화와 기막힌 전개 방식으로 적나라하고 묘사하고 있어 연애를 하고 있거나 경험해본 여성들이라면 누구라도 흥미를 갖게 된다.

* 도서 : 대교베텔스만 출간
* 저자 : 이자벨 알렉시스 지음 / 김희경 옮김
* 정가 : 9,500원

조인스닷컴(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