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먼저해결” 대북 압력용/미 상원 「경제지원금지안」 통과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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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단계회담 서두르는 클린턴정부 견제
미상원이 15일 통과시킨 조건부 대북한 경제지원금지 결의안은 최근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서두르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빌 클린턴행정부에 일단은 가시적 견제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의안 내용은 미국무부는 물론 백악관이 한결같이 주장해온 선북한핵문제 해결,후대북한협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통해 김일성의 대미 유화메시지를 전달받은 이후 유엔안보리 제재 추진에서 대북한 대화로 급진전하면서 상당히 서두른다는 인상을 주어왔다.
특히 미국무부는 현재 중단상태인 제네바 3단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문제와 미국의 대북한 경협을 일괄타결할 수도 있다는 시사를 한 바 있어 미국내 보수파들로부터 성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정부는 더욱이 김일성이 요구했던 경수로건설 지원문제등에 대해 한일등과 사전협의,사실상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기틀」만 마련되면 지원을 할 의사를 밝힌다는 방침까지 세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일성이 지난 8일 갑자기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제네바 3단계회담이 재개일시 약속 없이 연기되자 미국은 이를 상당히 애석해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보브 돌 공화당 상원원내총무등 미국내 보수파 거물급 인사들은 김일성사망을 계기로 대북한 강경책 도입을 재차 요구해왔다.
이날 상원결의안 통과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특히 이번 처리안은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원들마저 전원 지지,95대0으로 통과된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미민주당은 이번 돌―머코스키의원의 결의안이 기본적으로 클린턴정부의 대북한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고, 김일성 사망후 새로 등장한 김정일정권에 대한 미국의 압력강화 수단으로 의회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은 김일성 장례때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동결하고 미국등의 반응을 예의주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클린턴대통령의 조의 표명과 이를 긍정하는 발언이 이어짐에 따라 북한이 제네바회담을 재개하게 되면 기존 대미요구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돼 왔다.
클린턴대통령이나 미국무부가 제네바회담 재개에 커다란 기대를 표명한 것과 대북한 유화발언이 맞물려 김정일로 하여금 대미협상의 입지강화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같은 우려에서 민주당도 공화당측 결의안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회결의안은 대정부 견제의 효과는 있으나 구속력은 없고 상징적 의미가 강한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번 상원의 대북한 경제지원 금지결의안은 미보수파가 주동이 된 대행정부 견제의 효과와 클린턴정부의 대북한 입지약화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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