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27.학벌보다 국제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東京 마쓰가야(松谷)高 3학년인 이노우에 아이코(井上愛子.18)양은 동급생보다 고교생활을 1년 더하고 있지만 성적이 전체평균을 조금 웃도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중학교 지리시간에 배운 남미에 줄곧 호기심을 가져왔다』는 그녀는 1학년 여름방학중 고교유학 전문알선재단인 AFS일본협회를 찾아 볼리비아 타리즈市의 산티아나高를 소개받고 1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스페인어가 서투른데다 관습마저 달라 무척 고생하고 경비도 2백만엔이 들었지만 젊은 시절 넓힌 견문에 견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1월 귀국한 이노우에양은 3학년 진학이 가능했지만 2학년에 편입했다.국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선 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학위 취득이나 학벌 위주의 유학에서 벗어나 단기간 유학을 통해 국제화 감각을 익힌뒤 돌아 오는 이노우에양과 같은 유학생은「留復生」이라고 불린다. 마쓰가야高만 해도「留復生」이 3명이고 올 하반기에는 다시 4명이 미국.오세아니아등지로 나갈 예정이다.
문부성에 따르면 고교 유학이 시작된 54년 8명에 불과했던 고교 유학생은 94년3월 현재 4천4백87명으로 집계됐다.이중15%인 6백77명이「留復生」이다.뿐만 아니라 방학을 이용,3개월 미만의 해외연수를 다녀온 고교생은 지난해말 현재 3만2천8백88명.
문부성은 고교 유학이 늘어나자 이를 규제하기 보다 88년 학교교육법 시행령까지 개정,유학 학교에서 취득한 과목학점을 30학점(1년 과정)안에서 인정토록 했다.1년간 유학을 다녀와도 학년 진급이 가능토록 해 유학을 활성화시키려는 의 도였다.
국가의 유학정책 부재와 유학정보 미비,그리고 뚜렷한 목표도 없이 부모들의 욕심이 양산해내는 파라슈트 키드들의 탈선….일본의 조기유학정책은 우리의 현실을 반추해볼 他山之石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대학생 유학도 대학이 학부생을 선발,교류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해외대학에 1년간 유학을 보내주는 추세가 일반화되고 있다.
와세다(早稻田)대학의 경우 매년 2~3학년생 50명이 수업료50% 감면및 교류학점 인정 조건으로 미국.캐나나등의 대학에 1년간씩 단기유학을 다녀오고 있다.
일본내 대학이 외국대학과 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건수는 지난해말 현재 무려 3천1백1건.학부생 단기유학은 급증추세다.
여기에 게이오(慶應)대학은 90년 뉴욕州 웨체스터에 7천만달러를 들여 대학부설고교인 게이오 아카데미를 신설,상사 주재원등의 자녀를 교육하고 있으며 릿쿄(立敎).메이지(明治)등 대학도미국.유럽에 모두 11개 해외 현지 고교를 설립 했다.현지 외국어.일본어 2개국어로 강의가 이루어지는 이들 고교는 모두『2중언어와 2중문화에 익숙한 인재를 조기에 육성,일본의 국제화에이바지한다』는 국가적 목표 아래 경제대국 일본을 뒷받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91년 1년간 회사 지원으로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데이코쿠(帝國)호텔 스즈키 교코(鈴木曉子.28)양처럼 기업이 학비를 대는 「留職員」도 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직원을 유학시켜온 新日本제철.미쓰비시(三菱)자동차공업은 최근 선발기준을 추천제에서 공모제로 바꿨고 세계를무대로 거래하는 기업 대부분이 1~2년간의 유학을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관람용 의자 전문제조업체인 東京의 고토부키社는 직원의 유학기간이 무려 5년이며 전세계 유학생이 몰려드는 와세다대학도 관리직원을 유학보내고 있다.
유학이 대학생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시대는 이미 옛날 얘기이고「장애자 유학」「주부 단기연수」등「총체적 유학」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유학 조류가 일본열도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갖가지 유학형태가 늘어나자 국제전신전화(KDD)의 경우 해외유학생의 편리를 위해 37개 해외지역에서 전화를 걸 경우 자동적으로 컬렉트 콜로 처리되는 서비스가 실시됐다.
우정성은 유학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싼값에 2~3일안에짐이 도착할 수 있는 「국제택배편」을 신설,운용하고 있다.
나고야(名古屋)市 변호사협회는「유학생 피해 110」상담전화를개설했고 요코하마(橫濱)市는 유학생 지원을 위해 10억2천만엔의 국제교류기금을 조성했다.또 하치오지(八王子)市는 96년말 JR역 입구에 「학원도시센터」를 개설,유학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吳榮煥기자〉 …………………………………… 다음회는「유학정책을 세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