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가,도시 게릴라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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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라 할 경찰서를 미리 전술까지 세워 무장습격하는 이들을 아직도 우리는 대학생 단체라고 불러야 하는가.새벽을 기해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 10곳을 동시에 습격해 불을 지르고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는데도 이들에게 이성을 찾아 대학으로 돌아가라고 공허한 소리나 외쳐야 하는 우리들이 바보처럼 보인다.
이미 이들은 지난 4월 미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국방부 청사에 기습적으로 들어가 시위 농성까지 벌인 적이 있고,달리는 기관차를 세워 서울의 대규모 시위에 참석했는가 하면,다시 도주하는 차편으로 또 기관차를 세워선 마치 황야의 무법자처럼 유유히 사라진 적도 있다.이들 모두가 한총련의 산하 조직인 서총련이고 남총련이라는 단체인데 우리는 이제 더이상 그 조직의 핵심분자들을 대학생이라는 보호막으로 봐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이들이 김일성 사후에 보이는 행적은 더욱 괴이하다.정부의 방북 조문 불허방침이 정해진지 오래지만 이들은 독자적으로 조문단을 파견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대들고 있고,전국 20여대학에 김일성 사망을 애도하고 조문하는 추모 대자보를 내다 붙이고 있다.
친북 성향의 이들 폭력집단을 이젠 대학생이라는 차원에서 봐줄수 없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우선 이들은 최근 대학생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너무나 명백한 범죄행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달리는 열차를 세우는 행위나 경찰서를 습격하는 행위는 대학생신분으로선 있어서는 안될 반사회적 범죄행위다.
또한 노골적으로 김일성을 추모하고,민족의 태양으로 떠받드는 이들을 우리의 대학생들로 포용하기엔 그들의 친북성향이 너무 도를 넘는다.도를 넘어 우리의 자유민주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권위주의 시절에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 운동권 시위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넘어갔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민주체제를 뒤흔드는 도시 게릴라적 폭력까지 대학생시위로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경찰은 차제에 무엇이 공권력인가를 본때 있게 보여줘야 한다.그러자면 먼저 시위가 있을 때마다 대학생들에게 질질끌려다니는 경찰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더구나 갑호비상이 내려진 상황에서 경찰서가 습격당하는 무기력한 경찰상으로는공권력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대학생 20여명이 습격해서 파출소도 아닌 경찰서가 불에 타 제기능을 잃어버린대서야 어떤 시민이 발을 뻗고 잠을 자겠는가.
법에 따라 공권력이 엄정하고 무섭게 발휘될 수 있어야 무분별한 폭력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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