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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걸려 “엉거주춤”/정부입장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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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지풍파 부른 조문파문 교통정리 “발등의 불”/청와대,당·검·경에 맡기고 주시/민자선 “분명한 선 그어라”공세
김일성 조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부영의원(서울강동갑)등 민주당 개혁모임 의원들이 조문을 거듭 주장하는 가운데 북한은 통일전선 일환으로 당초 조문사절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꾸어 남쪽의 조문을 받겠다고 나섰다.
○…김일성사망과 관련한「조문파문」확산에 청와대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김일성사망 조문에 대해 청와대는 언급을 회피해 왔는데 사태가 확대를 거듭하면서『도대체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 것이냐』는 힐난성 질문이 쏟아지자 뭔가를 말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김의 사망과 관련,김영삼대통령이 『아쉽다』고 한 바는 있으나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데 대한 것이지 죽음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총련이 조문하겠다고 나섰고 전남대에서는 분향소까지 설치되는가 하면 이의원등 진보적 성향의 의원들이 국회본회의 발언을 통해 조문주장을 정당화하면서 역공을 시도하자 계속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대응 모습은 마지 못해 움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이 논란에 자신이 끼어드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듯하다.
조문시비 초기에 언론의 이의원과 운동권에 대한 질타를 『우리사회의 건전한 의식과 정화력』이라면서도 스스로는 이 논란에 휩쓸리는 것을 극구 회피하면서 정치권은 민자당이,운동권등은 검찰과 경찰이 각각 대응한다는 기본에 집착하고 있다.
여당내 보수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는 김정남교문수석은『이부영의원등이 왜이런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정상회담과(김일성에 대한)평가를 나누어야 하는데 하나로 묶는 데에 문제가 있다.국론분열로 비쳐지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조용히 가라않았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정부의 통일원등 북한관계 부처는 김일성 사망이 남한에「불화의 장」을 만들어 준 결과가 생겨남에 따라 부심.
정부는 김일성 사망 후 남북관계의 틀이 완전히 짜이지도 않은상태에서 김일성에 대한 조문을 놓고 여론이 분열되고 있는 것은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장의기간중 외국 조문단을 일절 받지 않겠다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발빠르게 「남조선 조문단 방북 환영」담화를 밝힌 것도 남한의 내부분열을 노린 대남공세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조의표명과 조문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면서도 외국 영주권자의 단순 조문행위는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원들의 김일성에 대한 조문발언에서부터 북한 조평통의「한국조문단 환영」담화에 이르기까지의 파문에 대해『정부가 명백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김영광의원(송탄―평택시)은 『조문파문이 이는 것은 정부가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정부가 명확히 입장을 표명해야 국민들이 갈팡질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특히『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반드시 해야겠다며 안달하는듯한 인상을 줘 국민들이 더욱 헷갈리고 있다』며 『어떠한 선택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현명하게 판단,입장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수의원(김천―김능)은『남북정상회담으로 모든게 풀리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온데다 이러한 대화국면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우리 내부에 있어 이런 문제들이 생겼다』며『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일관성 있고 분명한 원칙을 지켜나가 야 하며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게 그러나 명확히 정부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범진대변인은 15일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후『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일부 민주당의원들이 하루만에 태도를 돌변,노골적으로 조문단 파견을 주장하는데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하고 의아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심지어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보수정당 틀속에 숨어있는 색깔있는 사람들은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김현일·박의준·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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