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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인권 … 경제 이어 '정치 개혁'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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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달 15일 17기 당 대회를 맞는 중국 공산당의 요즘 화두는 '사상 해방'이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이끌면서 내세운 구호다. 후진타오(胡錦濤)가 다시 내세우고 있는 사상 해방의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은 중국의 정치적 개혁 의지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 성공에 이어 그 외형에 걸맞은 정치 변혁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중국 공산당의 새 변화 가능성과 그 경쟁력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중국이 다시 한 차례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6월 25일 각 성의 성장 이상급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사상을 해방시키는 것은 당 사상 노선의 본질적인 요구"라며 "이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아주 강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왜 사상 해방인가=후 주석의 발언 이후 요즘 중국 전역의 당.정 기구에서는 이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사상을 해방시키는 작업은 당 사업의 새 국면을 불러들이는 매우 중요한 보물"이라는 장편의 사설로 이를 뒷받침했다. 특정한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춰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치적 구호가 사상 해방이다. 변화와 개혁을 위한 중국 공산당 특유의 구호인 셈이다.

1979년 선보인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이론적 토대 없이 출발했다. 대신 그가 내세운 것이 사상 해방이었다. 덩은 80년대 초반 "사회주의를 다시 봐야 한다"는 이른바 '사회주의 재(再)인식론'에 불을 붙임으로써 개혁.개방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었다. 사상 해방이라는 구호는 이를테면 대변혁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중국 공산당을 연구한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교수는 "덩은 개혁.개방을 위해 마르크스 이론에는 전혀 없는 이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을 만들었다"며 "이런 대담한 시도는 사실 그 전의 사상 해방이란 구호에서 보이는 그의 철학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덩의 핵심 개념이 다시 등장함으로써 중국 사회의 민주화 절차와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농민과 노동자의 권익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후진타오 식 사상 해방의 목표는=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후진타오 4세대 지도부의 핵심 과제는 정치 개혁이다. 서구 사회의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는 부분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정치 개혁에 미온적이었다. 경제발전이 충분하지 않고 중국 실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다르다. 후진타오는 사상 해방을 언급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에서 내재적인 수요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 개혁 부문 이론가인 위커핑(兪可平) 국가편역국 부국장(차관급)은 후진타오의 연설 직후인 7월 5일 신화통신에 '사상 해방과 정치적 진보'라는 글을 발표했다. 당 대회를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이론이다. 그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와 정치 영역에서 등장한 개념은 법치(法治)와 인권, '사람 중심(以人爲本)' 등"이라며 "이는 중국 민주정치를 진보시키기 위한 동력"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이론은 매우 과감하다. 그는 "중국 정치의 새 발전은 인류 사회의 보편적인 정치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정치 변혁의 보편적인 가치는 자유와 민주, 그리고 인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산당이 원칙으로 내세우는 레닌주의, 즉 공산당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절대적인 일원화(一元化)' 지도 방침도 이제 깨졌다고 선언했다.

위커핑은 후진타오 집권 후반기(2007년 말~2012년)의 핵심 과제로 직접선거제 확대, 법제화 강화 등을 꼽고 있다. 강준영 교수는 "중국 경제발전이 일정 단계에 도달한 만큼 그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 후진타오의 과제였다"며 "이제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나름대로의 당내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당.정 분리 원칙, 직접선거 확대 등 민주적 절차 확산 등으로 개혁을 서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광종 기자

◆사회주의초급단계론=중국은 아직 완전한 사회주의가 아닌 초급단계의 사회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이론.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혁개방 정책을 뒷받침하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가 1980년대 초 제시한 이론이다. 자오 전 총서기는 "중국은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했기 때문에 당분간 자본주의를 건설하는 과정, 즉 생산력 발전 시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덩샤오핑은 "적어도 사회주의 초급단계가 100년 동안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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