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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한국문학 강의, 밤엔 격투기 지도 '주독야투' 미국인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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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존 프랭클(左) 교수가 연세대 체육관에서 옷깃을 잡고 목을 조르는 주짓수 기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6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체육관은 도복을 입은 30여 명의 청년이 내지르는 기합 소리로 가득 찼다. 브라질에서 유래한 격투기 '주짓수'를 배우는 한국인과 외국인 수련자들이다.

기본 자세를 연마하거나 서로 짝을 지어 대련을 하는 수련자들 사이로 중년의 외국인이 설명을 쏟아놓았다. "가능한 한 무릎을 바닥에 붙여라"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라"는 그의 설명은 유창한 한국어다. 외국인 수련자에게는 영어 설명이 이어진다.

수련자들을 지도하는 이 사범은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존 프랭클(40) 교수. 그는 미국 UC버클리 대학에 입학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문학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88년 연대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아예 전공을 영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 바꿨다. 연대 대학원에서 '현진건 단편소설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로 돌아가 '한국문학 속에 비친 외국인의 이미지'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450전 무패라는 신화적 기록을 가진 힉슨 그레이시(48)를 만나면서 주짓수에 심취하게 됐다. 2002년에는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는 검은띠까지 땄다. 한국에 주짓수를 본격적으로 전파한 사람도 프랭클 교수다. 그는 99년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1년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주짓수를 처음 소개했다. 2004년 연대에 교수로 부임한 뒤에도 주짓수 보급에 힘을 기울였다.

국내 이종격투기 대회인 스피릿MC에서 활약 중인 최정규, 장덕영, 이재선씨 등 주짓수 선수들은 그의 제자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들도 대부분 그에게서 배웠다. 지난해 4월엔 강남구 압구정동에 본인의 이름을 딴 도장을 열기도 했다.

프랭클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하지만 하는 일이 너무 뻔하고 도식적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중국이 뜬다고 중국어를 배우고, 무조건 의사.변호사가 되려고 한다. 하고 싶은 거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취직도 될 거라고 본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박유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주짓수(Jiu-Jitsu)=1914년 브라질로 이민간 일본 유도 챔피언 '에사이 마에다(콘데코마)'가 전수한 유도를 토대로 현지에 맞게 변형된 격투기. 유도와 비슷하지만 유도는 '메치기'를 위주로 한다면 주짓수는 바닥에서 조르고 꺾는 기술을 위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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