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에 대구지방 수은주 치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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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구시는 수은주가 치솟기 시작하는 정오 무렵부터 시내 차량통행이 전면적으로 중지되고 인적마저 끊겨「폐허의 도시」를 방불케한다. 13일 오후10시 대구동촌유원지.대낮에 텅비어 있던 주차장엔 땅거미가 깔리면서부터 시작된 북새통이 마치 시골장터를 방불케한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피서객(?)들은 도시락.수박,심지어는 모기장까지 들고나와 더위와 싸움을 하고 있다.
팔공산계곡과 앞산공원.두류공원에도 사람들이 붐비기는 마찬가지.캄캄한 숲속 곳곳에 사람들이 빼곡히 차 있다.
영업용택시.트럭운전사들이 그늘밑에 차를 세워두고 창밖으로 발을 내민채 쉬는 모습은 고전적(?)풍경이다.
회사원 金형식씨(35.남구대명동)는 『비가 오겠지 하며 며칠간은 그럭저럭 보냈지만 더이상 참을 수 없어 13일엔 에어컨이있는 여관에서 일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金영오씨(69.수성구지산동)는『평생 살면서 지금처럼 참기 어려운 더위는 없었다』며『가뭄도 문제지만 우선 하루하루를 견디는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단독주택에 사는 시민들은 초저녁만 되면 인근 공터잡기에혈안이다.온가족이 승용차를 타고 에어컨을 틀어놓은채 동네어귀 주차장에 앉아있거나 계속해서 동네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도 이젠흔한 모습이다.
金원석씨(37.남구대명동)는『낮시간에 달아오른 지붕이 식지 않아 가족들을 차에 태워 에어컨 바람을 쐬는게 저녁일과』라며『초저녁부터 마을 공터엔 주차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음식점들이 때아닌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수성구범어동 중국집 K식당은『저녁시간 주문량이 50%이상 늘어 배달일손이 모자라 애를 먹고 있다』며『잠 못이루는 사람들이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구기상대 관계자는『밤기온도 30도에 이르는 불볕더위는 내주초 비가 내리면 수그러들 전망』이라고 말하고 있어 대구의 가마솥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大邱=洪權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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