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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남들 다 한다기에 했더니…" 혼수 '두고두고 애물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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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원앙금침을 들고 한숨 쉬고있는 주부 민영주(35)씨.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 건 혼수도 마찬가지다. [김성룡 기자]

결혼 9년차 주부 김혜원(35)씨는 시집갈 때 혼수로 장만한 원앙금침을 ‘애물단지’로 여긴다. “친정 어머니가 ‘이걸 해가야 시집 가서 잘 산다더라’며 극구 고집하셔서 할 수 없이 했어요. 그런데 부피가 너무 커서 이불장에도 잘 안 들어가니 보관이 힘들고, 이사 다닐 때마다 아주 골치였지요.” 김씨가 9년 동안 원앙금침을 써본 건 딱 두 번. “침대 생활을 하는 데다 자고 가는 손님도 거의 없다 보니 쓸 일이 없어요. 버릴 수도 없고….”
 살 때는 그럴듯해 보여도 막상 결혼하고 나면 이렇게 ‘무용지물’이 되는 살림살이가 의외로 많다. 반대로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는 경우도 많다. 결혼생활 4년부터 40년에 이르는 본지 패밀리 리포터들로부터 성공 혼수와 실패 혼수 사례를 들어봤다. 인테리어 브랜드 Z:IN의 디자인 컨설턴트 신보현 차장에게 도움말도 구했다.

가전·가구는 대용량·대형이 바람직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가전제품과 가구를 소용량·소형으로 사는 것이다. ‘둘만 사는데, 큰 게 필요 있나’ 하는 생각 탓이다.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는 큰 제품으로 장만하는 게 더 쓰임새 있다. 보통 구입 후 10년은 바꾸지 않게 되므로 식구가 불어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이불과 커튼 빨래를 하려면 세탁기 용량이 적어도 10㎏은 돼야 한다.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는 장마철에 유용하나, 전력 소모가 크므로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식기세척기도 큰 게 좋다. 예컨대 6인용은 손님 치르고 나서 쏟아지는 많은 그릇을 설거지하는 데 만족스럽지 못하다.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경우라면 빌트인 식기세척기가 설치돼 있는지를 확인해볼 것. 자칫 그릇 창고로 바뀔 수 있으니 관리가 필요하다.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보다 야채 보관을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선호하는 품목이다. 그러나 관리를 소홀히하면 식기세척기처럼 순식간에 음식 창고로 전락한다. 집이 좁다고 2인용 식탁을 들여놓았다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생기면 분유 타고 기저귀도 갈고 동화책·장난감도 올려놓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기에는 4인용 이상이 편리하다. 최근에는 조리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일랜드형 식탁도 신혼부부가 애호하는 품목이다.

장롱보다는 붙박이장이 편리

5년 전쯤만 해도 10자나 12자 장롱이 혼수 목록에 들어갔지만, 요즘은 대개 수납기능이 뛰어난 붙박이장을 하는 추세다. 장롱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구입 후 몇 년 지나면 싫증나기 쉽고, 이사를 가면 크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붙박이장은 장롱보다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세련돼 덜 질리고, 설치공간에 따라 바지걸이나 서랍 등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장롱·화장대·침대·서랍장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풀패키지’도 할인해 준다는 말에 덜컥 샀다 후회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각기 개성이 있으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구를 단품으로 구입하는 게 덜 싫증이 난다. 가구를 살 때는 나중에 태어날 아이가 다칠 위험이 없는 안전한 디자인인지 따져본다.

 적은 비용으로 신혼 분위기를 남다르게 연출하고 싶다면 탈·부착이 가능한 아트월을 혼수 목록에 넣어봄 직하다. 아트월은 한 번 시공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게 단점이었다. 요즘에는 자석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패널 형태 제품도 나와 있다. 가구를 구입할 때는 가격이 조금 더 높더라도 포름알데히드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 자재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무스탕·예물세트도 노 생큐

황혜련(41) 리포터는 혼수로 구입한 퀸 사이즈 침대를 오랫동안 쓰다 매트리스만 갈아 두 딸의 침실을 꾸며준 경험이 있다. 신혼에 산 것이라 디자인이 예쁘고 고급스러워 아이들이 좋아했단다. 아이가 하나라도 싱글 침대를 새로 사주는 것보다 부모가 쓰던 퀸 사이즈 침대를 물려주면 널찍하게 쓸 수 있다.

 김윤희(44) 리포터는 오븐 토스터를 꼽았다. 빵을 구워먹는 원래 용도 외에도 전이나 튀김류를 간편하게 데울 때 전자레인지보다 음식 맛을 훨씬 살려준다. 신유선(43) 리포터는 지름 30㎝ 크기의 백자로 된 뷔페 접시 5개를 17년째 쓰고 있다. 이 접시로 집들이나 아이 생일잔치, 시부모님 생신잔치 등 집안 행사마다 근사한 뷔페상을 척척 차려냈다. 디자인이 단순한 백자라 질리지 않고 오래 쓴단다.

 리포터들은 이 밖에 예비 시어머니가 예비 며느리에게 해주는 핸드백이나 무스탕, 목걸이·귀걸이·반지 등의 예물세트도 ‘노 생큐’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고가에 화려한 디자인이어서 당시에는 멋져보이지만, 결혼 후 막상 쓰려고 하면 유행에 뒤처져 보인다는 것. 티 테이블이나 흔들의자, 길게 드리워지는 샹들리에처럼 실용성보다는 분위기를 고려한 가구들도 아이가 태어나면 괜히 공간만 차지해 ‘천덕꾸러기’가 되기 일쑤다.
 

기선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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