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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야기]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프로페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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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모발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지난 5000년간 계속됐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엔 악어 지방, 하마 배설물로 만든 탈모 치료 연고가 기록돼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자신의 탈모를 해결하기 위해 아편·서양고추 등을 섞어 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의 초상으로 미뤄 보아 이 처방은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적의 발모제는 아직 없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것은 있다.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다.

 이 중 미녹시딜은 강력한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원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지금은 탈모약으로 쓰인다. 복용자의 팔·다리·얼굴에서 털이 2∼4㎝나 자랐기 때문이다.

 미녹시딜은 피부에 직접 바르는 탈모약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공인을 받았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는 “하루 두 차례씩 꾸준히 두피에 발라줘야 한다”며 “사용 후 2개월부터 탈모 경향이 점차 줄어들고 4∼8개월 후엔 모발의 재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랫동안 정성껏 바른 사용자의 50~60%는 탈모 억제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발모 효과까지 보는 사람은 10%도 채 안 된다. 그나마 새로 난 모발은 가늘다.

 약효가 가장 잘 나타나는 부위는 정수리. 모발이 전혀 없는 부위엔 발라도 효과가 없다. 사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 약국에선 2%·3%·5%(주성분 함량) 제품이 팔리고 있다. 5% 제품은 남성 전용. 여성이 바르면 얼굴에 솜털이 지나치게 나거나 굵어지기 때문이다. 2%·3% 제품은 남녀 공용이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극히 일부에서 접촉성 피부염(알레르기)이 생기는 정도. 그러나 혈압을 낮추는 ‘원죄’가 있는 만큼 혈관 질환자나 저혈압인 사람은 사용시 주의를 요한다. 임신부·수유부에겐 금기약이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서다.

  일반약이어서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가격은 60㎖(5%) 한 달분이 2만원선.

 프로페시아는 먹는 약이다. 먹는 탈모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FDA의 승인(1998년)을 받았다.

 제품명은 ‘비옥한’을 뜻하는 영단어(prolific)의 ‘pro’와 대머리(alopecia)의 ‘pecia’를 따서 만들었다. 이 약은 남성호르몬 중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 약효를 발휘한다.

 5년간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남성 10명 중 9명에서 탈모가 멈췄다. 반면 위약(플래시보)을 복용한 남성 10명 중 2~3명에서만 탈모가 억제됐다. 프로페시아를 먹은 10명 중 6~7명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복용 후 성욕 감퇴·발기 부전 등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며 “실제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은 복용자의 0.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탈모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이거나 50대 이상에선 효과가 확실히 떨어진다. 여성의 탈모엔 거의 무용지물. 임신부·가임 여성은 이 약의 복용은 물론 부서진 조각이나 가루를 만지는 것도 절대 안 된다. 임신부가 먹으면 태아의 DHT 생성을 억제, 남아의 외부 성기가 생기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남편이 복용한 약이 정액을 통해 아내에게 전달돼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약이다. 피나테드 등 카피약도 나와 있다. 가격은 한 달분이 5만5000∼6만원.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며 복용을 중단하면 약효도 사라진다. 새로 난 굵은 모발이 1년 이내에 다시 가늘어지면서 짧은 솜털로 바뀐다.

 임상시험 결과는 없지만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를 함께 쓰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많은 피부과 전문의의 경험담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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