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弔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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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弔問이라면 喪事를 당한 유족을 찾아 슬픔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행위를 말한다.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덕에 속한다.
弔는 「ㅣ」과 「弓」의 합성자다.여기서 「ㅣ」은 사람을 뜻한다.즉 사람이 활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弔다.아주 옛날 사람이죽으면 시신을 풀이나 거적에 싸서 들판에 버렸다.그러면 까마귀나 들짐승의 밥이 되기 쉽다.그래서 유족들이 짐 승을 쫓기 위해 활을 들고 며칠씩 시신을 지켰는데 弔는 여기서 유래한 글자다. 問은 물론 慰問의 뜻이다.유족의 슬픔이 오죽하겠는가.그런데 지금 弔問이라면 고인과 유족들을 함께 위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구별이 엄했다.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사람이라면 그 역시 슬픔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哀悼의 뜻을 표했는데 그것을 傷이라고 했다.
반면 고인과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지만 유족과는 가까운 경우가있다.이럴 때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했는데 그것이 弔다.물론 말로 위로했으므로 (언)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면 哀悼는 고인에게,弔問은 유가족에게 마음을 표하는 것이다.일전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다 하여 지금 국내외적으로 그에 대한 弔問때문에 파문이 일고 있다.잘 생각해볼 일이다.고인과 유족,그리고 우리와의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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