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해외연수 붐/“방학때 티켓”한달전 동나(새생활새풍속:2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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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목 넓힐 기회다”학부모들 예약 앞다툼
『이미 오래 전에 마감됐어요.자리가 없어 더 이상은 곤란해요.』 여름방학중 어린이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알선하는 일부여행사와 유학업소·영어학원등에 요즘 연수에 관해 문의하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대답이다.
최근들어 조기 외국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실전경험」을 쌓게 하기위해 미국·캐나다·영국·호주등으로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줄을 잇기 때문.
어린 학생들의 대부분은 관광비자를 받아 나가거나 무비자 지역으로 가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
그러나 영어교육업체인 윤선생영어교실의 경우 초·중·고 회원학생 2백명이상의 신청(15일간,1백98만원,미남가주대)을 끝내고 현재는 내년 방학중 실시될 연수예약을 받고 있을 정도.
미국 버클리대 영어연수프로그램(20일간,2백60만원,중·고생대상)을 알선하는 코오롱고속관광도 이미 한달 전에 정원인 30명의 계약을 끝냈다.
또 유학알선업체인 사회교육협회의 미국 민박영어 연수프로그램도 30명의 배정인원을 모두 채운 상태.부산에 있는 명문여행사도 50명의 초·중 영어연수생을 오는 26일부터 8월16일까지 캐나다 밴쿠버 웨스트코스트영어학원(22일간,2백4 8만원)에 보낼 계획이다.
서울 S여중의 경우 1학년들 사이에 여행사의 해외연수 안내지가 공공연히 나돌고,원하는 경우 담임에게 신청을 하도록 해 일부 학부모들간에 「조기연수의 유·무용론」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일기도 했다는 것.
『20일만에 영어가 늘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그런데 큰아이의 경우 연수를 다녀오더니 외국어의 필요성과 우리나라 밖에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대하는 자세가 매우 진지해졌어요.』
지난해 국교 2,6학년 두 아들을 미국에 사는 친척을 통해 뉴욕주 청소년 크리스천 캠프에보냈던 김한숙씨(39·서울서초동)는 이에 재미가 들어 올해는 한 유학알선업체를 통해 호주쪽으로 작은 아이만 보낼 계획이다. 미국의 청소년 연수 프로그램에는 90년들어 한국학생들이 넘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캐나다·호주·영국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어린이 단기 호주영어연수를 알선하는 서울강남역 근처 CC유학정보의 담당자는 시드니에 위치한 어학센터의 경우 대충 한반 학생중 한국인이 30%정도를 차지해 가능한 한 멜버른·브리즈번·애들레이드등 기타 도시로 학생들을 보낼 것을 학부 모들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밝힌다.
연수알선을 하기위해 현지조사차 캐나다 밴쿠버에 들른 4명의 한국인 여행업자들을 만난 웨스트코스트영어센터 연수담당관 리디아노니씨(여)는 『지난해는 일본·중국학생들이 40%를 차지했는데 최근 캐나다가 미국보다 한국학생이 적고 신변이 안전하다고 소문이 나 올해는 한국여행사들로부터 많은 계약을 따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영어센터의 경우 학생이 도착하면 배치고사를 치러 반을 배정한후 매일 오전3시간은 영어공부,오후시간은 박물관·천문대·영화관·화랑방문등과 시장조사·수영등의 특별활동을 하게 돼있다.또 방과 후는 배정된 민박가정으로 돌아가 외국인의 실생활을 체험하도록 일정표를 짜놓고 있다.어린이 해외연수에 대해 서울대 권오량교수(영어교육과)는 『한달 미만의 기간에 언어자체의습득은 불가능하지만 외국인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경험해 안목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어린 아이가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 능력을 갖고 이를 활용해봄으로써 재미를 느낄수 있어야지 무턱대고 보내면 민감한 나이에 자칫 좌절감·자괴감등으로 고민하는등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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