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이번에는 주가지수 2000 안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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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5일, 코스피지수가 2004포인트로 거래를 끝내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중앙선데이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사진)과 인터뷰했다. 그는 불쑥 “낙관론이 지나치게 팽배한 게 걱정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러곤 “주가가 계속 오를 수 만은 없는 법이다. 다소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 투자로 버텨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증시 분위기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그 다음날 그의 걱정은 정확히 적중했다. 26일 주가는 비틀대더니 27일 곤두박질했다. 마침내 8월17일 코스피 지수는 1638까지 떨어졌다.
모두가 오른쪽을 볼 때 왼쪽을 본다는 그의 오래된 투자 원칙이 돋보이는 순간이 8월 중순 또 다시 포착됐다. 8월 16일과 17일 이틀간 코스피 지수가 180포인트 가량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숨을 멈췄다. 오히려 그는 7월과는 달리 자신감에 넘쳤다. 박 회장은 홍콩에서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선언했고 미래에셋은 불과 이틀 만에 1조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주가는 급등해 마침내 10월 2일 2000선을 재탈환했다. 코스피지수가 2014포인트를 기록한 2일 그를 다시 만나 주가지수 2000시대를 맞이한 투자자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8월과 같은 폭락사태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주가지수가 2000선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이번 상승은 한결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7월에는 제대로 된 조정도 없이 주가가 줄곧 올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란 악재가 잠복돼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상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끝에 나온 것이어서 가치가 다르다. 지난 번과 같은 주가 폭락 사태는 없을 것 같다.”
-지금 투자자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의 투자자들은 이익금을 회수하고픈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또 지금이라도 증시에 뛰어들어도 될 지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투자기간을 길게 잡고 잔 파도(등락)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자세라면 (새로 투자하거나 계속 보유해도) 괜찮다. 중간에 조정이 있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도 된다. 그렇지만 주가가 최근 많이 오른 만큼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눈 높이를 낮춰야 한다.”
-주가지수 2000 돌파로 한국 증시가 비싸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상장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을 넘어서고 있다. 이번 상승은 이유 있는 상승이다. 비록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높지 않지만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뛰어나다. 아울러 투명성도 세계적 수준이다.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 증시는 아직 비싸지 않다.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한 종목이 많다. 특히 국내 은행주는 세계적 평가 기준에서 봤을 때 저평가돼 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4배인 은행주도 눈에 띈다.”
◆”외국인 매도 곧 그칠 것”
-외국인들이 2일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지만 아직 이들의 투자방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종전처럼 순매도에 치중할 것으로 보는지.
“외국인 매도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지금 외국인 비중이 34%이다. 한국 기업은 매력적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아시아 지역에서 막강한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이 30%선 아래로 비중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크게 줄었다.”
◆”중국 A주식 염려스러울 정도로 거품 끼여 있다”
최근 3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형 펀드에 5조221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69%에 해당되는 규모다.
-요즘 ‘해외 펀드=중국 펀드’로 인식될 정도로 중국 펀드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중국 A주식(중국인 전용 주식)에 염려스러울 정도로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인정한다 해도 거품이 심하다. 중국 A주 주가에는 미래 기업의 성장성이 이미 반영돼 있다. 따라서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현재 주가가 거품이 아니다는 식의 분석은 틀렸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A주식은 부침이 예상된다. 다만 H주식(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주식)은 A주식에 비해 30~40% 가량 저평가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
그는 이어 “중국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향후 20~3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중국과 인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단기적으로는 거품으로 인한 부침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인도의 높은 성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4, 해외 6의 비율이 황금 포트폴리오 비율이다”
박 회장은 오래 전부터 해외 시장으로 자산 보따리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때 미래에셋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보지 않았다. 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끈질기게 해외 펀드 매입을 권유한 덕분이었다.
-해외 자산 비중을 어느 정도 갖고 가는 게 좋은가?
“금융 자산 비율을 국내 4, 해외 6으로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 투자자들은 짧은 시간에 국내외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넓혀 이미 선진적인 자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해외 자산이 중국과 인도에 지나치게 몰려 있는 것은 위험하다.”
-중국과 인도 이외라면 어느 지역이 좋다는 말인가?
“요즘 유럽 지역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조만간 유럽 지역에 1개월 정도 나가 있을 계획이다. 나는 우리 투자자들이 서유럽과 동유럽에 자산 일부를 투자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이들 지역은 그간 주가 상승 대열에서 빠져 있었다. 동·서유럽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에 비해 너무 싸다.“
◆”유행 따른 투자는 피해야 한다”
박 회장은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 때 돈을 번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고 은유적으로 말했다. 이는 증시 호황이라고 모든 투자자들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들과 달라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철저한 자료 분석 없이 남들 따라 하는 투자가 아직 만연돼 있다. 올 연초에 일본 펀드에 5조원 가량 들어갔다. 이는 금융회사 판매 창구에서 일본 펀드를 많이 권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일본 증시는 선진국 시장에서는 비싼 시장이었다. 기초 자료를 챙겨봤더라면 그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도 리츠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모든 게 유행에 따른 투자 결과다.”
-최근 한 강연에서 그림 투자를 비판했다는 데, 이것도 유행에 따른 투자인가?
“그림이 좋아서 소장할 목적이라면 그림 사는 것을 반대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다만 이익을 남길 요량으로 투자하는 것은 반대다. 그림은 가짜가 많고 가격 형성 과정이 불투명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주가를 조작하면 감옥에 가지만, 그림 거래에서는 그런 처벌 장치가 없다. 막상 팔려고 했을 때 제 값 받고 제 때 팔기 힘든 점도 투자에 걸림돌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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