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24.러시아의 한인유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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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요.』『칸디다트 나우크입니까,독토르 나우크입니까.』『러시아어 하세요.』 무슨 암호문 같고 상식 이하로 들리지만 러시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흔히 주고받는 말이다. 관련분야의 석사학위도 없이 학위과정을 시작해 모스크바체재기간이 만 1년6개월도 안되는 기간동안에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내나 다른 외국에서 관련분야의 석사학위를 받은 후 모스크바에 와 만 3년이 지났어도 학위를 받지 못하는러시아 유학의 불가사의(?)가 만들어낸 대화인 것이다.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파라슈트 키드 같은 조기유학생은 전혀 없는 러시아의 한국 유학생수는 94년 현재 1천여명.이중 러시아나 舊소련지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西歐에서 박사로 인정하는(그러나 우리나라의 박사와 석사의 중간정도에 해당하는)칸디다트 나우크와 박사후 과정 정도에 해당하는 독토르 나우크 까지를 포함,모두 30여명으로 알려져있다.
모 아카데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치인 K씨.
학교측에서 의도적으로 정치 실력자인 K씨에 접근,학위를 수여하려한 이유도 있지만 그의 학위논문은 자신의 저서를 고려인이라불리는 소련동포가 번역해 논문형식으로(업적물로)제출했고 논문심사도 러시아어가 아닌 고려인 교수의 통역을 통해 한국어로 진행됐다. 그리고 그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에서 모대학을 졸업하고 92년초 모스크바에 유학온 K씨(28).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러시아어를 전공한게 아니어서 처음엔 1주일에 露語 수업을4시간씩 받는 것을 조건으로 정치학부에 입학했습니다.그러나 도저히 강의를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그런데 같은 학교,같 은 과정에 입학한 학생들의 등록계약금액과 기간이 모두 천차만별이더군요.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어떤 기관에서 연수형식으로 온 사람이 2년만에 칸디다트 나우크를 받았고 6개월 지나니까 또 한사람이 칸디다트 나우크를 취득했다.
학교에 가서 따졌더니『너도 학위가 목적이면 이렇게 하면 돈은 좀더 들지만 학위를 따내는데는 시간도 덜 걸린다』는 식의 말을들었다. K씨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지만 흘려보낸 세월이 너무 아까워 책과 씨름하다보니 이제는 자신도 생겨 앞으로 3년정도 더 하면 제대로 된 논문을 쓸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경제예측연구소 부소장인 게오르기 시초프 박사는『도대체 한국 학생들은 학위를 받았다는 것만 자랑하지 당연히 알아야 할 소련(러시아)에 대한 제반 지식이 너무 부족하더라』며『舊소련시절부터 지금까지 러시아에 유학온 수많은 나라의학생들이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학위만을 염두에 둔 경우는 거의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언급한형태의 박사학위 취득자들인 것은 아니다.그러나 문제는 惡貨가 良貨를 밀어내는데 있는 것이다.
러시아 유학정보는 사실상 체계적 입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러시아 정부산하에 특별한 국가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 학교별로 신청서를 보내 초청장을 얻은 다음 직접 학교당국과 유학조건을 협상해야 한다.최근 모스크바에 유학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모임인 유학생연합회와 각 대학에 구성된 학생회가 해당 학교의 정보를 소개하는 안내서를 만들 기도 했다.
대체로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경우 종합대학인 모스크바대학(엠게우),국제관계및 사회과학 계통에 강점이 있는 국제관계대학(무기모),외국어및 통역과정이 강점인 모스크바 마리아 테레지아 외국어대학.러시아 민족우호대학(루데엔).모스크바 사범대학등이 있다.
학비는 대체로 대학의 경우 연 평균 기숙사비.교재비등을 제외하고 4천~5천달러 정도(석사과정)고 박사과정은 5천~7천달러수준이다.여기에 기숙사비가 연간 2천~3천달러 정도(94년 상반기 기준).
반면 과학아카데미 산하 연구소들은 대부분 석.박사과정의 연평균 학비가 3천~5천달러 정도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 다음회는「다양한 경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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