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미월드컵>美 월드컵유치로 축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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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월드컵 유치로 축구 붐 조성에 성공한 미국은 내년부터 정식출범하는 프로축구리그를 미식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등 인기종목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월드컵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미국 현장의 분위기는 그렇다. 흥행의 천재인 미국인들은 월드컵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축제로 승화시킴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을 단시간에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0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캘리포니아州 팰러앨토지역의 스탠퍼드 스타디움은 한바탕 축제의 마당이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유난히 극적이었던 스웨덴-루마니아戰에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관람한 입장객은 모두 8만1천7백50명.미국-브라질 경기가 열렸던 지난 4일의 8만4천1백77명과 거의 맞먹는 숫자였다.
조직위원회측은 축제의 날인 「7월4일」(독립기념일) 벌어진 브라질戰에서 1-0으로 져 모처럼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가 식지않을까 우려했으나 이날의 성공적인 관중 동원으로 이같은 우려는말끔히 씻겼다.
경기가 열린 10일 아침 스탠퍼드 스타디움 앞으로 향하는엘 캐미노리얼 도로는 긴 도보행렬로 가득 메워졌다.
조직위원회측이 주차난을 우려해 승용차 20달러,리무진 1백달러,버스 2백달러의 무거운 주차료를 받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중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 주차한 후 걸어서 경기장까지 가고 있는 것이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스탠퍼드 스타디움은 다양한 휘장과 무리를 이루는 각종 자원봉사 텐트로 축제무대 그 자체였다.
카키색 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각종 안내팸플릿 제공에서 입장객 보안 검색.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티켓 입장만 가능 무료입장 발각시 구속」이란경고문이 붙어 있어 살벌함마저 느끼게 했다.
이곳에도 암표장사는 예외가 아니어서 경기가 20여분 앞으로 다가오자 1백달러짜리 표가 40~50달러로 대폭 할인돼 팔렸다. 경기장은 선탠을 하기 위해 가슴만 겨우 가린 젊은 여성에서부터 아들의 손을 잡고 입장한 부부등 다양한 관중들로 가득 찼다.해군 군악대의 양국 국가 연주에 이어 시작된 경기는 응원단장이 없는데도 자연적으로 터져나오는 관중석의 물결박 수로 인해분위기가 고조됐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대부분의 관중들은 땡볕아래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경기가 끝난후 미국인 관중들은 모두 웃으며 아침에 온 길을 걸어서 되돌아갔다.
우리편의 경기가 아니라도 관전할 수 있는 성숙한 관중의 모습으로 축구가 시민의 축제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金祥道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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