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냉정한 눈 필요한 북한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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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金日成 사망을 보는 시각은 여러가지다.6.25 戰犯인 그는 분명 우리의 敵이다.그런데 北核으로 전쟁위기를 몰아온 끝에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고 또 이것이 그의 사망으로 무산되면서 이상하게 우리의「친구」인 것같은 인상을 사회 일각에 남긴 것도 사실이다.국민 정서상 그를 도저히 친구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서도뭔가 아쉬움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 공기가아닌가 여겨진다.金日成의 사망이 북한체제의 불안정과 혼란으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가 다시 불안해 지거나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서는 이해된다.사태의 전개에 따라 새로운위기가 될 수 있고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만의 하나 또한번의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최소한 그런 전철만은 밟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사태발생 만 이틀이 지나면서 북한도 평정한 모습을 보이고 우리 정부도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북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에 일단 국민들은 안도하고 있다.
위기도 되고 기회도 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상식은 요란스런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북한에서 태동될 신정권이군사위협이나 대외고립의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의 정책결정이나 행동에 신중함이 필요하다.韓國.美國이 對北압 력과 고립화전략에 매달리면 北韓이 어떤 정책을 펼지 알 수 없다.다행스럽게韓.美 양국정부의 대응은 신중한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번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우리 민족은 상당기간 엄청난 시련속에휘말릴지도 모른다.金日成과 金正日 ,그리고 북한체제를 보는 국민들의 눈은 이같은 성숙한 판단과 이들이 과거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범이라는 과거의 유산사이에서 확실히 혼란을 겪고 있다.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할 것은 과거에 집착해서도,현재를 너무 환상으 로 보아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거나 흡수통일을 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정상회담 유산의 아쉬움을 북한에 대한「애정」으로 나타내서도 안된다.
정상회담합의후 金日成의 사망은 對北인식에 확실히 전환기를 제공해주고 있다.이럴때 일수록 정부나 정치인,국민은 냉정히 현실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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