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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승계 완결 과시/김일성 시신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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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양/당·정·군수뇌 거느리고 눈물 흘려/장의위원 서열순 참배 권력 불변/권력투쟁설 나도는 김성애 등장/김용순·김달현도… 대화노선비춰
북한은 11일 밤부터 김일성주석의 시신을 공개함으로써 김정일의 단일권력 승계가 완결단계에 이르렀음을 국내외에 과시했다.
북한은 금수산의사당에 안치된 김일성의 시신을 11일 오후9시부터 공개하고 조문을 시작했다. 한편 북한 TV방송은 이날 오후11시부터 김정일이 오진우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주요 당·정·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수정관에 싸인 김일성의 시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도하는 모습을 방영했다.이는 북한의 권력이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김정일단일지도체제로 차질없이 승계돼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김일성 시신 공개 직후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같다』면서 『김정일이 당총비서·국가주석을 겸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날 김정일의 배례에는 정무원총리 강성산,대남담당비서 김용순,김일성의 맏딸 김경희 당경공업부장,김달현전부총리,한덕수 재일조총련의장등 핵심 간부들이 뒤따랐고 평양주재 외교사절들도 차례로 배례한 뒤 김정일,오진우,강성산,김영주·이종옥· 박성철부주석,최 광총참모장,김영남외교부장,계응태·전병호·한성룡·서윤석정치국원등 장의위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방영됐다.
이 방영내용을 분석하면 ▲배례 순서가 장의위원 서열순으로 진행돼 권력 변동이 없음이 확인됐고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등 가족의 등장으로 가족간의 불화나 권력투쟁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며 ▲김용순대남담당비서가 김정일 바로뒤에 나오고 개방파의 대표자격인 김달현전부총리도 모습을 보여 남북대화등 기존의 대남정책노선을 유지하고 ▲앞으로의 대외정책 기조를 개방화에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할수 있다.
방영된 김일성시신은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모습이었으며 얼굴에 특별한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김일성시신은 11일부터 16일까지 금수산의사당 지하에 마련된 빈소에서 북한 주민에게 공개되며 17일 장례식이 치러지게 된다.
한편 북한 노동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11일 저녁 소집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평양지국장은 공동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후7시가 지나면서부터 노동당 중앙위원회 문장이 새겨지고 특별 면허판을 단 약 1백대의 관용차량들이 중심가의 인민문화궁전 주변에 주차해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
이같은 인민문화궁전의 집회는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정무원 부총리와 부장들,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당정 연합회의로 김일성 장례식 절차와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결정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북한은 김일성 사망 당일인 8일 노동당 확대정치국회의를 비상 소집,김정일 권력 승계를 결정하고 11일 밤 연합회의에서 이를 확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결국 권력승계의 내부 결정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시기만 남은 셈인데 17일 장례식 이전에 발표될 수도 있으나 김정일이 「맏상주」인 점등을 감안,장례식 이후에 발표될 가능성이 더 높다.〈유영구·김진국·박의준기자〉
◎서울/여건되면 남북정상회담 재협의/이 총리 국회보고/“남북대화 지속될것”
이영덕국무총리는 12일 『새로운 상황과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쌍방은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다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최근의 북한상황에 관한보고」를 통해 『7월25일 평양에서 있을 예정이던 남북정상회담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지만 남북이 이미 합의한 정상회담 개최 원칙은 유효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밝혔다.
이총리는 『미·북한이 3단계 고위급회담의 재개일정을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고,북한이 우리 정부에 남북정상회담을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음을 알려온 것등으로 미루어 북한은 미·북한간 대화와 남북정상회담이 단절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볼 수있다』고 말했다.
이총리는 『북한의 태도로 미루어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국면은 일시적인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으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총리는 『북한의 권력승계는 김정일에게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김정일에게 권력 승계가 이뤄질 경우 북한은 적어도 당분간 기존 정책노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김정일체제의 조기 안정과 강화에 역점을 둔 방향에서 대내외 정책을 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교준기자〉
◎워싱턴/남북한 정상회담 조속히 성사희망/클린턴 “김 대통령과 금명간 대화”
【워싱턴=진창욱특파원】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은 11일 북한 김일성주석이 사망했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한 시일안에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이 문제와 관련,김영삼대통령과 수일안에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을 방문중인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본에서 헬무트 콜 독일총리와의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하고 남북정상회담이 언제 열리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조만간 열리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또 북한의 권력 승계자임이 분명한 김정일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시인하고,그러나 다른 사람의말에 근거해 한 인물을 평가하는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김정일에 대한 비판적 주장에 동조하기를 간접적으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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