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월급쟁이여, 상사 앞에선 여우가 되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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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표는 전략이다
김진 지음,
플럼북스, 224쪽,
1만원

조직이 가르쳐주지 않는 승진의 비밀 49
프랭크 아도란티 지음
차형석 옮김,
예문, 176쪽,
1만원

가을이면 계절을 타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휴가 후폭풍인지, 일조량 감소에 따른 신체 호르몬 변화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 흔들리는 월급쟁이들을 다잡아줄 책들이 선보였다.

『사표는 전략이다』는 잡지사에서 14년 동안 일하며 여섯 번 사표를 썼다는 지은이가 귀띔하는 사표 노하우다. 사표 쓰지 않고 살아남는 요령에서 사직 후 성공사례까지 4부로 이뤄진 내용은, 체험을 바탕으로 발칙하다 싶을 정도다.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능력은 능력이 아니란다. 흔히 윗사람들은 모든 것을 본다고 하지만 실상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 안 보이는 곳에서 뼈 빠지게 고생하지 말고 상사 앞에서 여우처럼 적당히 요령을 피우란다.

이는 ‘살아남는 요령’ 중 일부지만 ‘사표전략’편도 알차다. ‘상사의 기분을 먼저 파악해 조용히 처리하라’ 등의 사표 낼 때 체크 사항, ’회사 가치와 자신의 가치를 혼동하지 마라’ ‘(새 직장의)부서원 이름부터 무조건 외워라’ 같은 이직 후 적응 전략은 그렇다 치자. 상사는 새 인물 뽑기가 번거로워, 동료는 낯선 사람과 다시 적응해야 하기에, 후배는 예의상 말리는 것이니 일단 사표를 냈으면 주저앉지 말라는 대목에선 미처 생각 못했던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사표까지는 생각 않는다면 살아남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선 승진이 필수다. 『승진의 비밀 49』는 효과는 몰라도 재미는 보장한다. 냉소적인 역설 덕분이다. ‘상사의 법칙’ 중엔 직원들이 동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가 있다. 설명인즉 동정심을 유발해 인기가 오르도록 잘못한 직원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을 배우란다.

최신 유행어 사용도 승진에 도움이 된다는데 예문이 가관이다. “우리는 쇼퍼홀릭을 위한 포털 서비스 포지션을 충분히 파악하기 위해 주요 자산지표를 그래픽으로 비주얼화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현재 가능한 시너지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인터페이스할 수 있는지 브리핑해 볼 수 있겠죠.”라나. 미국 포춘 지 선정 500대 기업의 발표문이란다.

다른 데서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자리를 넘보는 마음이 줄어든다며 ‘넘버 투’는 당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쓰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잘못하면 나서서 쇠몽둥이를 휘두르지만 상사의 잘못은 모두 눈감아주는 돈키호테형이 이상적인 ‘넘버 투’감이란다.

두 책을 나란히 읽으면 더러 상충되기도 한다. 호주의 컨설턴트가 쓴 『승진의…』는 회사에서 쫓겨나기 싫으면 언제나 바쁘고 중요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며 일을 제시간에 끝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반면 『사표는…』은 “오후 7시에 일을 끝내지 않으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게 되고 11시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가정에서도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 그런 사원은 필요 없다.”고 한 어느 사장의 말을 들어 야근은 무능함의 증거라 질타한다. 모두 주옥 같은 지침으로 보이는데 어떤 게 진품일까.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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