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처남 서울산다/첫부인 성혜림의 친오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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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비극의 가족사 잊혀지길”
김정일의 처남이 서울에 살고 있다.서울 은평구 갈현1동에 사는 성일기씨(61)는 김정일의 첫부인인 성혜림의 친오빠로 김정일의 손위처남이 되는 셈이다.성씨는 9일밤 집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우리 가족의 비극적인 역사는 이제 그만 땅속에 묻혀져야 한다』며 한사코 공개를 꺼리다 마침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성씨의 아버지 성유경씨는 남로당 재정담당책으로 활동하다 48년 성씨(당시 15세)만 서울에 남겨둔채 어머니 김원주씨와 세누이(혜랑·혜림·화자)를 데리고 월북했다.보성중학교 3학년이었던 성씨도 49년 2월 단신으로 월북해 어머니 김씨가 강사로있던 강동정치학원 관사에 기거하며 유격대원 교육을 받은뒤 6·25에 참전했다.경남·북일대에서 빨치산활동을 3년 넘게 벌이다 53년 12월 당국에 체포됐으나 당시 김창용특무부대장의 배려로 풀려났다.오랜 세월이 흐르고 성씨 가 헤어진 누이동생의 소식을들은 것은 6년전 관계당국을 통해서였다.
당국에 따르면 혜림씨는 67년 당시 30세의 나이로 5살 연하였던 김정일의 첫 부인이 돼 4년뒤인 71년 김정일의 첫아들인 정남을 낳았다는 것이다.성씨는 당시 『동생 혜림씨가 북에서 영화배우를 했기 때문에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은 김 정일과 인연이 닿게 됐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동생이 월북작가이자 문예총 중앙위원장인 이기영의 맏아들과 결혼했다가 워낙 빼어난 미모가 김정일의 눈에 띄어 결혼 2년만에 강제 이혼당한뒤 김정일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부친은 노동당 고위직을 지내다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모친은 아직 살아계시다』는 소식도 들었다.성씨는 동생이 현재 김정일과 같이 살고 있지는 않으나 김정일의 유일한 아들인 정남의 생모자격으로 홀대받지는 않고 있으며 어머니와 함께 평양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모처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씨의 남쪽에서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70년대 사업을 시작했으나 좌익활동을 한 과거때문에 해외여행에 규제를 받는등 어려움이 계속되자 70년대 후반 사업체를 처분한뒤 지금까지 칩거하고 있다.가족은 부인과 1남2녀.성씨는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하고 생전에 가족을 다시 만나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이상렬·김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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