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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집중탐구/당통해 조직장악·선전선동술 의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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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치 스타일·관리능력/말단급까지 중앙검열 통해 장악/강압·회유·선심공작 동시에 구사
흔히 알려진대로 김정일은 카리스마적 측면에서 아버지 김일성을따라갈수 없다.그는 64년 노동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삼촌 김영주 조직부장(현 부주석)밑에서 지도원으로 일을 배우게 되고 이때부터 조직부(그뒤로 조직지도부로 변경)생리를 몸에 체득하게 된다.
그의 정치권력이나 지도력의 근원은 개인적 카리스마나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사회를 움켜쥔 노동당의 최고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를 총괄해온 「조직·선전 장악력」에서 온다고 할수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 유일지도체계가 확립되기 시작한 67년부터 김정일은 조직업무에서 당선전선동 업무까지로 영역을 확장했다.
김정일은 73년 9월 당비서로 선출됨으로써 자신의 운명에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게 되는데 바로 이때 노동당 사상 처음으로 조직·선전 양대부문을 모두 관장하게 된다.
이로써 김정일은 당을 자기 중심의 당으로 개편하기 시작했으나 당시 외부에는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이같은 정치경력은 그의 통치스타일의 가장 큰 측면이 조직장악과 선전선동술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북한은 70년대 중반에 당·정·군의 지도체계를 유일지도체계로 개편하면서 수령인 김일성의 직속인 김정일에게 권력이 집중되도록 했는데 그중 가장 치밀하게 진행된 것이 정보보고및 명령전달체계를 새롭게 정비한 점이다.
그 과정에서 김정일 후계체제를 확립하는데는 김일성의 옛 전우·부하들이 솔선해서 나서준게 도움이 됐다.
빨치산세대의 김정일 지지명분은 「대를 이어 혁명위업을 계승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김정일은 당을 통한 조직장악과 선전선동술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금까지 노동당의 핵심조직내에서 영도핵심·지도핵심·기층핵심·군중핵심·계급핵심의 진지를 확고하게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권력승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20여년간 구축해온 조직지도체계를 더욱 다지면서 새로운 체제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당조직지도부의 「검열그루빠」를 당·정·군 각 부문의 최말단에 이르는 각급 단위에 파견하는 「중앙검열지도사업」을 대대 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유일지도체계가 이상 없음이 증명되면 본격적으로 정책노선을 실행해갈 것이다.
그러나 그는 2인자로 있을때엔 아버지의 후광과 함께 조직장악이나 선전선동술로 권력관리를 해올수 있었으나 이제 「대중지도자」로 이미지를 변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예술부문에 조예가 깊고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적응해 갈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
북한의 공식간행물등에서 선전되는 김정일 통치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광폭정치」와 「인덕정치」라는 것이다.
또 북한은 그가 통크고 스케일이 큰 정치를 해왔다는걸 자랑처럼 선전해왔다.
그는 또 군중을 동원하는 운동전·속도전방식을 강조해왔으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즐긴다는 증언들도 많다. 그는 젊어서부터 통치일선에서 활동하다보니 김일성을 포함한 혁명1세대에 비해 정력적으로 일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써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점은 그의 활발한 현지방문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현지방문활동은 김일성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그도 이런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그는 80년 10월 6차당대회에서 후계자로 공개된 이래 81년 5월의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건설현장 실무지도를 시초로 현지지도를 확대해왔다.
김정일의 통치스타일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특징은 강압과 회유·환심책을 동시에 구사해온 점이다.
그는 유일지도체계를 확립·유지하는 과정에서 중앙집권적인 일사불란한 지도체제,무조건적·절대적인 조직규율,정연하고 신속한 통보체계,반체제요소에 대한 가차없는 제재·색출을 직접 관장했던 경험이 있다.
반면 그는 반체제외의 직무상·사무상·도덕상 과오및 과실에는 대체로 관대하고 각종 선물등 선심정책도 즐기는 편이었다.
이같은 통치스타일은 김정일시대가 개막되면 더 분명하게 드러날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버지의 보호막 뒤에서 활동하던 시기와는 달리 새로운 스타일과 방식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승계이후 과연 성공적으로 정권을 관리할지에는 여전히 불투명한 요소가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유영구기자〉
◎엇갈리는 해외시각/장례 계기 지도자로 부상/낙관론/후광 사라지면 불만 분출/비관론
돌연하게 역사의 장에서 소멸한 김일성의 후계로 등장할 김정일체제의 운명을 둘러싸고 해외의 시각들이 엇갈리고 있다.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해 조만간 급속한 붕괴과정을 겪게될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일단 수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정일이 비교적 쉽게 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은 그가 20여년동안 후계자수업을 받아왔으며 그동안 착실히 기반을 다져왔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김정일은 부친의 장례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지도자로 부상할 것이다.』그동안 김정일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부친인 김일성주석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는 동양적 도덕개념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미컬럼비아대 한국 연구소연구원 스티븐 린튼).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만났던 미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아시아 전문가 셀릭 해리슨도 북한 내부 분석을 놓고 날카로운 논쟁을 벌이면서 『김부자에 대한 도전은 없었다』고 낙관론을 취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집권에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집권후에는 반대파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워싱턴의 한 군사정보소식통은 김정일이 김주석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어 장기간 반대파들을 제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일단 김정일후계체제가 구축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김일성의 후광이 사라지면 경제사정등 내부불만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언론들도 김정일의 권력장악력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입장이다. 요미우리(독매)신문도 『김정일은 김일성만큼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못해 혼란도 예상된다.경제 곤란에 직면하고 있는 많은 국민이 어디까지 신체제를 지지하고 나갈지 의문이다』고 분석했다.과거 공산권의 절대권력자들이 사망했을 때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도 비관론의 발판이 되어 북한에 권력투쟁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독일 뮌헨대 국제정치문제연구소 고트프리트 카를 킨더만교수는 거의 반세기동안 북한을 통치해온 김주석의 사망으로 북한에서는 앞으로 2∼3개월내에 권력투쟁이 발생,지배층 교체여부와 관련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뱌체슬라프 코스티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김주석의 사망은 스탈린 사후의 러시아가 처했던 운명과 비교할 수 있을만큼 북한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북한의 험로를 예견했다. 그는 『북한의 역사 전체는 이 지도자의 이름과 결부돼 있다』면서 그의 사망이 미칠 충격의 강도는 자못 클 것이라고 말했다.〈한경환기자〉
◎집권 2∼3년 정치력 입증 급선무/권력구조변동 어떻게 될까/원로의식,실권장악후 2원화 가능/최악의 경우에도 권력승계는 불변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면 북한의 권력구조는 어떻게 변할까.그리고 주요인물들의 향배는 어찌될까.
물론 북한의 앞으로의 권력구조는 김정일의 권력 승계 작업이 얼마나 순로롭게 이루어지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등장할 권력구조 형태는 크게 네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김정일 유일지도체제 구축이다.
이는 김정일이 아버지의 권력기반을 송두리째 인수하는 것은 물론 당·군·정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이럴 경우 북한은 「수령·당·인민대중이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로 결합된 우리식 사회주의」를 더욱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김정일의 권력 승계작업이 순조로울 경우 평양의 지배 엘리트들도 당분간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후견인격인 오진우인민무력부장·최광총참모장·양형섭최고인민회의의장은 물론 잠재적 경쟁자인 자신의 이복 동생 김평일과 김영주부주석·강성산총리등은 최소한 자리보존이 가능할수있다.권좌에 오른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당분간 혁명 1세대와 반대파 끌어안기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는 다소 변형된 유일지도체제 구축이다.
비록 권력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라도 김정일은 대외관계와 혁명1세대 원로 그룹을 의식,형식적이나마 2원화 권력구조를 수용할 수도 있다.김정일 자신은 노동당의 총비서직에 취임,실권을 쥐는 한편 주석직에는 원로그룹에서 한명을 앉히는 식이다.
하와이대의 서대숙 교수는 『향후 북한의 권력 구조가 이같은 유사유일체제가 될 경우 주석직을 현재 부주석 위치에 있는 이종옥·박성철·김영주·김병식중 한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이 경우에도 북한 내부의권력 엘리트들은 현 상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김정일이 권력 승계에 실패,북이 과두체제나 집단지도 체제를 채택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김정일은 아버지의 권력기반을 그대로 인수하기 힘든 것은 물론 자신의 권력 지분을 제3자와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이같은 형태가 될 경우 북은 1단계로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경우는 권력 주도권을 놓고 권력내부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권력 투쟁은 기본적으로 김정일과 군부소장파·이복동생 김평일,그리고 경제테크노크라트등 3개그룹간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는 군부 엘리트와 정부내 테크노크라트 세력이 연합,김정일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같은 「최악의」시나리오도 2∼3년 정도의 김정일 집권을 전제로 한다.이 경우에 작용하는 것이 김정일의 지도력 문제다.그가 지도력이 부족하면 초기 집권은 가능할지언정 얼마후 실각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국대 김학준 교수는 『북한의 통치 엘리트들이 일단 김정일을 2년정도 옹립,그의 지도력을 시험해보다가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며『군부 엘리트를 중심으로한 군·당·정의 합리주의적 개혁세력이 연합,일종의 과두체제를 탄생시킬 수 있다』 고 말했다.〈최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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