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방송 혁명가요 되풀이/김일성사망 평양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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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민들 “김정일 수령으로 받들것”/장의위원 권력서열 그대로 반영
김일성주석이 사망한후 북한은 「김일성 위업의 계승」을 다짐하며 계속 애도방송을 내보내며 「위대한 수령」의 사망을 애도하고 있다. 평양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건물·군부대등은 조기를 달고 있다.
내외통신과 외신이 전한 북한 언론보도와 목격자들을 통해 김일성사후 북한 분위기를 알아본다.
○…북한의 중앙 및 평양방송들은 김일성 사망이후 음악만 내보내고 있으며 음악내용은 「조곡」이 아닌 「혁명가요」와 김정일 찬양가요만을 되풀이 방송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간간이 조곡도 내보내고 있다.
음악내용은 김정일 찬양가요인 『당신만 있으면 우리는 이긴다』등과 평소에 방영되던 혁명가요들.
북한은 김일성사망과 관련,9일 오전10시 예고방송을 통해 이날 정오「특별방송」을 예고.
북한방송들은 이날 낮12시에 김일성의 사망사실을 보도한 이후에는 오후1시,오후2시등 정시에 두 차례에 걸쳐 김일성사망과 관련한 보도를 내보냈다.
○…북한은 9일 김일성이 비록 사망했지만 혁명의 진두에는 김정일이 서 있다면서 김일성이 마련한 혁명위업의 계승 완성을 강조. 북한은 관영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수령이 이룩한 혁명전통과 혁명업적을 견결히 옹호·고수하며 그의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
한편 평양방송도 『전체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일심단결의 위력을 더욱 강화해 혁명위업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
○…김일성주석 사망과 관련해 북한주민들은 커다란 슬픔에 휩싸여 있다고 북한방송들이 9일 보도했다.
북한의 중앙및 평양방송은 이날 저녁 8시40분 보도를 통해 김일성주석의 돌연한 사망은 『우리당과 우리혁명의 최대 손실이며 온민족의 가장 큰 슬픔』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의 각계각층 주민들은 『커다란 슬픔을 안고 만수대 언덕 위에 세워진 김일성주석동상으로 찾아와 큰절을 드리며 비분에 잠겨있다』고 전했다.
북한방송들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주석이 생전에 그토록 바라던 대로 김정일동지를 높이 받들어 모시고 김주석께서 개척한 주체의 혁명을 완성하는 길에 이 한몸을 바치겠다』는 다짐들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김주석의 유일한 후계자인 김정일 동지께서 계시는 한 우리 혁명의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일성의 사망직후 노동당 중앙위원회·중앙군사위원회·국방위원회·정무원 공동으로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
장의위원은 김정일을 비롯해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총리 강성산,부주석 이종옥·박성철·김영주등 2백67명으로 구성됐다.
북한이 발표한 장의위원은 지금까지의 권력서열이 그대로 반영됐다.김주석의 유해는 최고인민회의 건물인 만수대에 안치되어 11일까지 조문객을 맞는다.북한은 9일부터 17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평양의 외국인들은 군대이동이나 공개적인 권력승계 투쟁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평양주재 독일대사관 관리인 카를 뫼글리히는『현재로선 모든게 평온하다』고 말했다.
○…S 킵겐 평양주재 인도대사는 『현재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어린이들이 거리에서 우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킵겐대사는 『평양라디오 방송은 토요일의 경우 낮12시 이후에는 방송이 중단되나 오늘은 계속 특별방송으로 「위대한 수령」의 일대기를 보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일성주석의 사망 사실이 9일 발표된 뒤 평양시내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 앞에는 수만명의 북한인들이 운집해 그의 사망을 슬퍼하고 있다고 일본 교도(공동)통신이 9일 북경발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시민들이 이날 오후3시쯤 동상앞에 모이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꽃다발을 들고와 울면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오후7시가 넘어서면서 2만명으로 늘었으며 시내 각지에서 동상으로 향하는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평양 교외에서도버스나 트럭을 타고 평양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아 경찰이 출동했다고 통신은 말했다.
심지어 슬픔이 지나친 나머지 실신한 사람이 많아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북한관리들이 남북정상회담의 북측대표는 김정일이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확인하기도.
특히 소식통은 북한관리들이 한국의 언론들이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되는 것처럼 보도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언.
○…북한의 고위관리들은 김일성주석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취해온 대외정책들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의 정통한 북한소식통이 9일 밝혀 주목.
김주석 사망후 북한관리들과 밀접한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이 소식통은 김일성·김정일의 측근들이 이같이 밝혔다고 전하면서 이측근들은 북한정무원의 장관급들보다 더 고위층의 관리들이라고 귀띔.
이들 북한고위층은 남북한정상회담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그대로 열리기를 바라고 있으며 핵문제도 남북한이 협력해 잘 해결하고 북―미회담도 계속 개최돼야 한다고 전언.
이 고위관리들은 한국이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너무 긴장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하면서,내부사태를 통제중이나 돌발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언.【서울·북경·홍콩=AP·AFP·내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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