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권」 구축과정이 변수/남북정상회담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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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순조로울 경우 내년봄 가야 가능성/서울측은 “상대 정해져야” 관망입장
25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간의 평양정상회담은 김주석의 사망으로 원인무효가 됐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김주석의 후계자가 정식으로 들어설 경우인데 우리 정부의 판단은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일찍이 후계자로 지명된 김주석의 아들 김정일이 국가주석직과 노동당총비서직을 순조롭게 승계한다 하더라도 당장 정상회담을 할계제가 아닌 것이다.새로운 주석을 선출하려면 최소한 3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주석 승계절차를 밟아야 하고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총비서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절차만도 1∼3개월이 소요된다.
특히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대대적인 체제및 인사개편을 고려한다면 이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김주석과 빨치산 투쟁등을 같이 해온 소위 혁명1세대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와 부자세습을 반대하는 군부내 일부 세력에 대한 숙청등이 따를 것이므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
여기에 이념과 노선·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병행되는 것도 시일을 천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이 이 승계과정을 무사히 마무리짓는다 해도 김주석이 추진해온 남북정상회담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선택할수 있는 길은 개방정책이므로 정권승계가 순조로울 경우 95년 봄께에는 정상회담 가능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일이 설령 권력을 원만히 승계하더라도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김정일의 세습과 관련,극렬한 저항속에 권력투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면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김주석이 사고사했다면 권력투쟁 양상은 훨씬 심각하고 장기화될 것이다.
김정일이 2인자로서 당·정·군을 장악해 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김주석의 생존시 얘기다.
김주석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그의 주변에 머무르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도 배제할 수 없다.장례위원장인 김정일은 김주석의 시신에 칼을 대면서(부검)까지 그의 죽음이 자연사임을 입증하고 있으나 이것으로 모든 의혹이 씻겨질는지는 의문 이다.
물론 김정일 체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을 결심했던 김주석의 노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없지는 않다.
이는 후계자가 누구이건 카리스마적 존재였던 김주석의 노선을 계승할 수밖에 없으며 내부통합과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대화를 추구할것이라는 얘기다.
또 중국의 대북영향력이 증대될 것이 확실시되는데 중국은 북한에 대해 중국식 개방을 요구해왔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북한의 새정권은 이를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최소한 2∼3개월이 지난 이후에야 방향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비롯한 당국자들은 정상회담을 포함,모든 남북관계는 일단 동결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북한이 이마당에 정상회담 추진을 제의해올리도 없고 상을 당한 상대에 회담을 꺼낼 처지도 못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새 지도자가 김정일이 될는지, 아니면 변화를 겪을 것인지 당장의 모습만으로는 확인키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일시적인 지도자를 상대로 남북문제를 논의해 봤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게 아닌 가 싶다.
주돈식청와대 대변인이 『정상회담은 어떻게 되느냐』는 보도진의 질문에 대해『상대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답변한 것은 비단 김일성주석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북한의 「권력투쟁」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정상회담 문제는 추후 검토한다는 관망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이것은 모든게 불투명한 북한사태에 미루어 어쩔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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