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속 한반도 동요는 없다/김일성사망 사흘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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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 “화해정책 불변”… 북선 “정상회담 희망”/서울/김 대통령 대화 계속 재확인/“김일성 자연사­김정일 장악 확실”
광복이후 한민족과 남북한 관계의 최대변수가 돼온 북한국가주석 김일성이 사망한지 사흘째.아직 한반도는 이렇다할 동요나 대치국면의 악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한국정부는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하는 한편,북한에 대한 「화해와 협력」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했다.한편 북한은 김주석 사망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권력투쟁등의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한국·미국과의 대화를 연기했으나 도발적 조짐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그러나 남북한은 분단후 가장 심각한 유동적 상황에 직면,유사시에 대비한 군사태세를 발동하고 있어 북한의 김주석사망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한반도엔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클린턴대통령이 김주석 사망에 즉각적인 조의를 표하고 『북한주민들이 놀라움과 슬픔에 잠겨있으나 회담(북―미)이 중단될 이유는 없다』고 대화 계속방침을 밝혔다.따라서 김주석 사망으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국면은 외부요인 보다는 김정일 체제가안정을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관계기사 2,3,4,5,6,7,8,9,12,13,21,22,23면〉
◎서울/김 대통령 대화 계속 재확인/“김일성 자연사­김정일 장악 확실”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긴급안전보장회의·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이영덕총리와 이홍구통일부총리·한승주외무장관·이병태국방장관·김덕안기부장·박관용비서실장등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멤버들과 사태의 추이와 우리측의 대응태세등을 점검했다.
청와대에서 있은 이 간담회는 김정일이 사태를 장악한 것이 확실시되며 초반의 분석과는 달리 김일성주석이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주돈식대변인이 전했다.
주대변인은 김정일의 사태장악 징후로는 다듬어진 장례위원 명단에 김정일이 위원장으로 올라 있는 것과 반기를 게양하고 있는 휴전선일대 북한군 부대들이 김정일에게 「각하」칭호를 사용하는것 등이라고 말했다.
주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 추진여부는 김주석의 장례가 끝난 뒤 생각할 문제라고 덧붙였다.이날 간담회에서 이국방장관은 전방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며 우리 군은 9일 낮12시39분 전투대기 태세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이장관은 또 한미양국군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삼대통령은 9일 오후 5시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임시국무회의를 긴급 소집,주재하고 어떠한 사태하에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국민의 안녕을 보호할 대책이 마련돼 있으므로 국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달라고 당부했다.<김현일.김진원기자>
◎평양/시민들 경악·애도… 거리평온/장례식뒤 김정일 승계절차 밟을듯
김일성의 사망으로 평양은 집단충격과 경악에 휩싸여 있으나 주민들의 내부동요나 권력투쟁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채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조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양의 중앙및 평양방송과 미 CNN방송등 외신,그리고 평양주재 외국대사관등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평양주민들은 오열과 오열을 거듭하고 있으나 권력내부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폴란드 PAP통신의 다이비치 북경특파원은 평양 소식통들과의 전화통화후 『평양인민들은 경악에 휩싸여 미친듯이 오열하고 있으며 거리의 인민들은 집단충격과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미 CNN방송도 키프켄 평양주재 인도대사 의 말을 인용,『현재 평양 주민들은 경악하고 있다.학교에서 귀가하는 학생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고 보도하면서도『그러나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전했다.
CNN은 또 『평양의 외국인들은 군대이동이나 공개적인 권력승계투쟁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평양발 방송과 통신등의 내용이나 북한이 김주석의 사망 사실을 34시간이 지나서야 발표한 점,그리고 평양 주재 대사관들의 전언들을 종합해보면 김주석의 사망이 북한에 준 충격은 엄청난 것이지만 이것이 북한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 로 몰아가기 보다는 생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김정일 후계체제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특히 김주석 사망직후 구성,발표된 2백67명의 장의위원이 지금까지의 권력승계 서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그같은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따라서 북한은 오는 17일 김주석의장례식이 끝나는대로 곧바로 당 중앙위원회를 열어 김정일을 당총비서로 선출한뒤 이어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그를 국가주석으로 선출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주석의 사망으로 25일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은 사실상 무산됐으나 북한관리들은 홍콩소식통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는 조정할 수 있지만 회담 자체가 무산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AP·AFP통신등이 전했다.〈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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