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화제>대관 전문화랑 늘어 눈길-미술시장 불황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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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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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새빌딩이 세워지면 으레 화랑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올해들어 미술계에 새화랑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중에는 금속공예전문화랑을 내건 크래프트하우스나 민중미술중심의 代案공간을 자처한 갤러리이십일세기처럼 성격이 분명한 화랑도있지만 상당수가 대관전문화랑으로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대관화랑의 증가는 탈불황의 뚜렷한 조짐이 없는 미술시 장에서 조금은이색적인 현상으로 꼽히는데 대관전문화랑 갤러리도올은 관훈동 한가운데 완공된 신영기금빌딩에 곧 90평규모의 제2전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그림을 파는 것과는 무관한 이들 대관화랑의 증가를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먼저 대관전시수요의 꾸준한 증가다.지난해 문예연감에 따르면 한햇동안 서울에서 열린 미술관련전시는 3천3백건이 넘는다.이같은 전시횟수는 매년 10~15%의 증가율을 보인 결과인데 미술계에서는 이 가운데 70%정도를 대관전시로 판단하 고 있다.
대관전시시장의 풍성함을 엿보게하는 대목이다.대관전시시장의 풍요로움은 미술시장의 상대적 침체에 따른 반사현상이라는게 미술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매년 대학문을 나서는 엄청난 숫자의 작가후보들은 불과 몇해전만해도 선배들이 미술시장붐을 타고 수월하게 시장진출에 성공하는것을 목격할수 있었으나 근래에는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짐으로써 자비를 들여 대관전시를 해서라도 화랑의 눈길을끌지 않을수 없다는 것.
대관전시가 젊은 작가들의 적극적인 자기소개를 위한 場으로서의긍정적인 측면이 없지않으나 불필요한 작품생산비용을 엄청나게 부풀린다는 점에서 미술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보통 젊은 작가들이 1주일 대관전시에 드는 비용은 대관료.카탈로그제작비등 줄잡아 4백만~5백만원.문제는 젊은 작가들이 미술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이런 비용을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계속 지불해야 한다는데 있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젊은 작가들의 이런 대관전시가 대부분 화랑의 픽업과는 무관한 소모성 행사로만 그친다는 것이다.
젊은 미술평론가 朴榮澤씨는 『불황때문에 국내 화랑들은 시장성이 불투명한 젊은작가를 전시를 통해 픽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작가들도 소모적인 대관전시보다는 화랑을 직접 뚫고 들어가는 방식을 찾아야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해외유학에서 돌아온 젊은 작가들중에는 자신의 작품내용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들고 화랑을 직접 찾아가 담판끝에 전시초대를 성사시키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공공지원을 받아 미술시장 밖의 작가들에게 문호를개방하는 代案화랑(Alternative Space)제도가 젊은작가들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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