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문화전쟁과 책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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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배불리 먹고 헐벗지 않고 쉴곳이 있으면 인간은 그다음 무엇을갈망할까.쾌락과 도덕에 대한 갈망,그래서 예술과 문화는 의식주라는 기본적 욕구가 채워지고 난후 꽃피게되는 정신활동의 산물인지 모른다.마치 물자의 대량생산시대를 거친 후기 산업사회에 이르러서야 문화가 슬그머니 주요 품목이 되듯이.
이미지의 시대,영상문화산업의 육성등 문화전쟁시대의 예고를 흔히 듣는다.고집세기로 유명한 프랑스가 다른 어떤 상품보다 문화부문의 개방을 끝까지 반대했고 최근에는 영어사용을 금하는 법을놓고 왈가왈부다.
그것은 그나라의 역사적 자존심이겠고 또 다른 처지에 있는 우리로서는 이 부문의 개방에 신경이 예민해지지 않을수 없다.
산업사회로 진입한지 불과 30년 남짓해 성큼 후기산업사회의 흐름을 타야만 하니 그에 따른 시민의식의 성숙이 돌부리에 걸린다.문화란 기술과 의식의 합작인데 의식의 변화란 제 스스로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는 엄청나게 크다.잘 만든 영화한편이 수십억원을 벌고 책한권이 독자의 뇌리에 새겨지면 몇억원이 오간다.
게다가 쾌락과 도덕에 대한 갈망을 좌우하기에 부가가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그런데 문화 가운데서도 책은 영화나 음악보다 좋고 나쁨을 가리기 어렵다.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감각이 직접적이라면 글자를 읽어 소화시켜야하는 감각은 우회적이다.그래서 책이 광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초조해진다.그보다는 전문가의 가늠에 좌우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문화전쟁을 벌이기 위해선 내부의 성숙이 우선되어야 하고 의식의 선진화를 위해선 좋은 책이 읽혀야 한다.
개인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권위있는 서평문화가 강화되었으면 싶고 논술고사못지 않게 좋은 책을 스스로 골라 읽을 수 있는 훈련도 중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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