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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직선제,고쳐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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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열린 대학교육협의회 주최의 총장세미나에서 제기된 총장직선제의 개선,또는 폐지주장은 대학사회가 대학의 장기적 발전과 학문적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야할 제안이라고 본다.
민주화의 바람에 따라 지난 88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각종 형태의 총·학장직선제가 대학의 자율성확보와 민주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정부나 재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되던 총·학장이 사실상 교수에 의해 선출되게 됨으로써 국공립대학의 경우는 정치적 간여를 배제할 수 있게 되었고,사립대학의 경우는 재단의 족벌체제구성등 재단측의 전횡을 막는데 이바지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시행결과 총장직선제는 그런 긍정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들에선 그것을 넘어설만한 심각한 부작용을 빚어냈다.
첫째는 세미나에서도 지적됐듯이 대학공동체가 선거로 인해 파벌과 갈등을 빚어낸 것이다.선거때는 어느정도의 분열과 갈등이 있게 마련이라 하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그것이 선거후까지도 남아 학내분규로 확대되었다.
또한 선거과정 자체가 도덕적으로 타락해 향응이 베풀어지고,보직을 뒷거래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게 되었다.뿐만 아니라 선거에 의해 선출된 총장은 지지했던 교수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어 소신있는 행정이나 인사가 어려웠다.아울러 대학발전 을 위해 꼭필요한 경우라도 외부에서 총장을 초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같은 부작용들은 대학 자체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것이다.다만 이번에 일부 총장들에 의해 그것이 공식적으로 제기되었을 뿐이다.
물론 대학의 총장선출방식을 외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 선출방법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일이다.그러나 총장직선제의 폐단이 대학사회내에서도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고 객관적으로도 역시 그것이 인정되는 것이라면 학칙개정을 통한 선출방식의 개선등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우리같이 직선제가 보편화된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총장직선제가 지고지선의 방법이 아님은 분명해졌다.
직선제가 의도했고 또 기여했던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다.그것이 꼭 총장직선제를 채택해야만 가능한 것인가.우리는 반드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가령 총장추천위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간접선거방식을 통해서도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확보할 길은 있다고 본다.
직선제의 폐지가 과거로 돌아가는 결과가 되어선 안될 것이나 그 폐단을 고치는 일을 망설여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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