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체제/혁명1세대가 좌우/들여다본 북한의 정정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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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대 들어 잇단 반김폭동·쿠테타설/김정일후계 확정후 겉으로 평온유지
김일성이 사망함으로써 북한은 김정일이 순조롭게 권력을 승계할 것이 확실하지만 과연 김일성 체제때와 같이 공고한 체체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일성은 항일투쟁과 그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통치권위를 구축해왔지만 김정일은 김일성의 아들이라는 것외에 정통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오랫동안 후계체제를 구축해 권력을 유지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혁명1세대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권력유지가 순조롭지 못하고 권력투쟁등 북한내부에 혼란이 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에서 김일성의 피격설과 폭동,쿠데타설등 정정불안에 대한 소문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김일성에 대한 북한 내부의 도전과 권력투쟁의 징조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있어왔으나 80년대 들어 잇따른 폭동과 쿠데타 기도설등으로 더욱 표면화돼 왔다.
북한내 반김폭동은 북한의 흉작등 경제적 원인과 지난 73년이래 계속 추진돼온 김정일에 의한 3대 혁명소조활동이 주는 부작용에 대한 불만,그리고 김정일 권력세습에 대한 내부 권력층 반발등이 이유가 돼왔다.
이같은 정정불안은 85년7월의 불발쿠데타설로 내부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불발쿠데타설은 북한군부내 거물급 주동자 2명이 중국에 망명했다는 홍콩의 구십년대지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었다.
80년대 들어 전과는 달리 갖가지 불안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가운데 84년5월 김의 모스크바방문에 동행했던 인민무력부장 오진우가 평양으로 급거 귀환,반김정일 내부소란을 진압했다는 소식은 북한 내부의 권력을 둘러싼 내부불안을 크게 시사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불안은 70년대부터 부각된 김정일의 권력세습계획이 김일성의 심장병 악화로 가속화되면서 김정일을 주축으로 한 반김정일 세력 숙청으로 이어져 이미 기정사실화돼온 것이다.
북한의 정정불안은 이같은 권력상층부의 불만에 못지않게 군부,특히 소장강경파와 학생·농민등 하부계층의 불만이 겹쳐 크게 확산됨으로써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82년1월 북한최고인민회의 7기 1차 회의가 하루만에 갑자기 중단됐는가 하면 이에 며칠앞서 열렸던 당중앙위 6기5차 회의가 소장군인·학생들의 압력으로 갑자기 열리기도 했다.
특히 같은해 5월 일본의 신자유클럽 대표단의 평양방문이 북한측 사정으로 연기됐으며 6월에도 외국대표단의 북한 방문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때의 북한 사정은 북한군부의 반김정일투쟁 때문이었다.
김부자의 반격도 재개돼 82년 부주석 김일의 연금등 반김세력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고 83년 평양방송은 『외부와 결탁한 내부원쑤』에 대한 경고를 내는등 불만세력에 대한 응징 강화로 그해를 버텨나갔다.
84년1월초 일본·북한간 텔렉스가 불통되고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북한 대외연락협회 대표단의 여행취소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여 외부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85년7월에는 불발쿠데타이후 평양정권은 김정일의 후계자확정을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여러가지 정정불안 끝에 김정일 후계자로 확정되자 북한은 점차 정치불안을 회복,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김일성이 없는 북한이 앞으로 안정한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는 김정일이 어려운 경제사정을 호전시킬지,또 혁명1세대들과 군부가 그를 계속 지지할 것인지에 달려있다.〈정선구기자〉
◎정정불안일지
▲46년 김일성·강양욱 저격사건
▲48년 한국통일봉화단사건
▲50년 국민회의 함경북도 지하조직 검거
▲62년 숙청당한 고위층 아들의 김일성 저격사건
▲64년 만덕광산 광부들의 무기한태업사건
▲67년 제대군인 무장폭동사건
▲68년 자강도강계시 32호 군수공장 방화사건
▲68년 은율노농적위대 무기탈취사건
▲76년 용양광산 식량폭동사건
▲81년 인민군·적위대 총격사건
▲82년 김정일세습반대김일성 주석 사망 외국의 보도
◎김일성주석 사망 외국의 반응/CNN 등 미 주요TV 긴급뉴스로 보도
○…북한측의 적극적인 자세로 핵문제에 획기적인 전환이 기대됐던 북―미 3단계 고위급 접촉은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주재 북한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주석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9일 중앙일보와의 새벽 긴급전화 인터뷰에서 『사실을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계속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그런 경황이 어디 있느냐』라며 『당신도 조선사람이면 이런 상황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해 회담을 연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담을 지켜보기 위해 제네바에 와 있는 김삼훈핵대사도 『북한이나 미국측과 접촉하지는 않았으나 김주석의 사망으로 회담 연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사를 비롯해 제네바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새벽에 일제히 대사관에 나와 본국과 연락을 취해 후속 대응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미국의 협상팀과도 접촉하며 김주석의 사망이 회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북―미회담 관계자들은 물론 한국대사관 관계자들도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도 있는 낙관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을 무기연기 해야하는데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제네바=유재식특파원>
○…미백악관은 8일 김일성북한주석의 사망보도를 접했으며 현재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제프 엘레 대변인은『백악관은 현재 김주석의 사망보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중』이라고만 언급했다.<워싱턴 ap="연합">
○…CNN·NBC등 미국의 주요 TV들은 8일밤(현지시간)긴급뉴스를 통해 김일성주석의 사망소식을 보도했다. CNN은 김일성이 82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사인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CNN은 지미 카터 전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때 건강한 모습으로 그를 맞았던 김일성의 모습을 방영했다.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당시 동행취재했던 CNN의 마이크 치노이기자는 평양의 소식통들과 연락해본 결과 동요 움직임은 없으나 평양의 중앙역 부근에 경계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미―북한 고위급회담 취재차 제네바에 머무르고 있는 치노이기자는 북한 공산당중앙위가 김일성의 사망소식을 발표했으나 김정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김주석의 돌연한 사망은 고령에 따른 자연사일 가능성이 높으나 일각에서는 쿠데타가 있었다는 추측도 있다고 말했다.
CNN은 김주석의 사망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누가 관장하느냐가 문제며 미―북한간 고위급회담도 계속될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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