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오빼빼의 무녀도-90년대 우리뿌리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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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바람.물.불,하물며 부엌의 부지깽이 하나까지 모두 귀신의 화신인기라.기래 자기 자식이라도 아들.딸이 아니고 아들님.딸님으로 불러야 하는기라.』 무녀 모화에게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님」으로 불려야 하는 귀한 존재다.
극단 「띠오빼빼」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무녀도』는 우리 무속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가득하다.김동리 원작이30년대 격변의 과정에서 붕괴돼가는 토속신앙의 모습을 그려내고있다면 띠오빼빼의 『무녀도』는 90년대 우리 무속의 뿌리를 찾는 새 자리매김에 가깝다.
막이 오르면 무대 저편 전설의 고향에나 나옴직한 외딴 마을에서 신명나는 굿판이 벌어진다.무녀 모화(박정자)의 귀기어린 춤사위가 흐드러지게 객석을 한차례 휘젓고 지나간다.모화와 기독교신자 아들 욱이의 갈등은 모자간의 살인으로 끝나고 딸 낭이는 충격으로 미친다는 게 극의 줄거리.
원작에는 없는 박수무당 삼재(윤주상)의 등장,연극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진짜무당 동해별신굿 세습무당인 정채난씨와 두 아들의춤사위등은 이 연극을 푸짐하게 하는 볼거리다.
모화가 집나간 아들을 찾아 실성한채 헤매는 장면은 이념과 종교를 넘는 가슴 찡한 모성애를 느끼게 한다.토종 연출가 강영걸流의 작품해석과 喪中임에도 불구하고 열연하는「오리 궁둥이」최승일의 연기가 돋보인다.13일까지 평일 7시30분, 금요일 오후3시.7시30분,토.일요일 오후3시.7시.(747)2574.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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