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聖라자로마을 국경없는 나환자 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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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도울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재능,시간,돈,정열 모두가 이웃을 도울 자산입니다.
국경도,종교도,직업도,연령도 초월해 한마음으로 모아진 사랑의자원봉사가 결실을 보았다.
경기도의왕시오전동 聖라자로 마을-.
많은 사연과 특별한 성과로 해외에까지 알려진 이 나환자들을 위한 정착마을은 원장 李庚宰신부의 기도와 남다른 헌신의 보람이면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의 탑이다.
李신부의 숙소벽에 붙어있는 대형 흑백사진은 51년 설립 당시황무지에 움막 몇채가 고작이었던 聖라자로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40여년이 지난 오늘 이 마을은 12만여평의 부지에 현대식건물 20동을 갖춘 대규모 나환자 재활.자립촌으로 자리잡았다.
성당을 비롯.치료원.식당.숙소등 건물과 도로등 이 마을의 시설은 모두가 국내외 자선모금이나 독지가들의 성금에 의해 건설됐다. 마을행사를 개최하는 강당인 「라자로의 집」은 81년 극장식당 월드컵 종업원들이 모은 성금을 보태 지었으며 남자숙소인 「고마움의 집」은 딸이 자원봉사자였던 한 일본인 식당주인이 75년 워커힐카지노에서 李신부의 간절한 기도(?)에 힘 입어 딴돈 전액을 기탁,만들어졌다.
또 마을의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길이 90m가량의 중앙로는75년 마을을 방문한 일본인 승려 가쓰노리(常盤勝憲)씨가 거동이 불편한 나환자들을 위해 아스팔트로 포장해 주었다.
마을의 환경을 바꾼것이 이같은 경제적 지원이었다면 몸과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나환자들의 표정을 밝게 바꾼 것은 이들에게 직접 사랑의 손길을 펼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현재 신체부자유나 무의탁 양성.음성 나환자 1백50여명이 거주하는 聖라자로 마을에는 의사.간호사등 국내외 의료인에서 부터미용사.이발사.주부.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매년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는다.
이가운데 일본 국립요양원 부원장 나카다니 지카히로(中谷親弘.
49)씨는 86년이후 봄 가을로 이 마을을 방문,음성 나환자들에게 본래의 얼굴을 되찾아 주기위한 성형수술을 해오고 있다.
신앙인도 아니고 말이 통하는 것도,그렇다고 돈을 버는 것도 명예를 얻는것도 아닌데 나카다니씨는 내국인들도 다가서기 꺼리는나환자들을 해마다 찾아와 지금까지 4백명이 넘는 나환자들에게 새삶을 열어주었다.
국내의 자원봉사활동도 활발해 주부 金모씨는 83년부터 사업에실패한 남편을 돕기위해 배우게된 미용기술로 일반인들이 접근을 꺼리는 나환자들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으며 李모씨도 14년째 마을을 찾아 이발봉사를 하고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안양교도소를 출감한 40대남자 1명이 자신이재소기간중 노역을 하며 받아모은 월급 10여만원을 『나환자들을위해 써달라』며 내놓았다.
성당 교우들과 함께 2년째 식당에서 찬거리를 준비하거나 설거지등을 돕고있는 李後男씨(39.여)는『처음에는 망설였으나 불편한 손으로 힘겹게 설거지를 하고있는 나환자들을 보고 봉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聖라자로 마을은 한명이라도 더많은 온정의 손길이 아쉬운 속에서도 여태껏 받기만했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12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자선음악회 수익금을 89년부터 국내외 나병관련 시설에전달,올해는 중국연변의 나환자병원을 비롯,필리핀 .몽고등 5개국의 나환자들에게 7천6백5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것 아닙니까.』 식당봉사를 하는 한 주부의 한마디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사회에 던지는 자기성찰의 경구였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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