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방류」가 「처리」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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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낙동강 폐수오염사건의 「범인」중의 하나로 「대구환경관리」란 이름의 폐수처리업체가 적발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어처구니 없게 만든다.그러나 실은 바로 이렇게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맡고 있는 것이 우리 환경관리의 실태다.
이번에 적발된 폐수처리업체는 자본금 1억원에 종업원 30명규모의 영세업체였다.비단 이 업체뿐 아니라 각종 환경오염물질을 수집·운반·처리하는 업체는 대부분 이렇게 영세하다.영세하니까 적법한 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술·인력을 갖출 수 없다.또 적법한 처리를 해서는 회사를 유지하기도 어렵다.실정이 이러하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수집·운반·처리업체들은 오염물질을 산이나 으슥한 곳에 몰래 파묻거나,이번에 적발된 업체처럼 비가 올 때를 이용해 하천에 그대로 버리는 부법 행위를 다반사로 해왔다.이름만 처리업체일 뿐 실은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업체가 결코 이번에 적발된 업체 하나 뿐은 아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업체에 허가를 남발해왔고,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환경관계법에도 오염물질처리업체로부터 보고를 받고 검사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긴 하나 그것은「필요한 때」로만 되어 있다.정기적으로 보고받고 검사받을 수 있는 법적 체계마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한개 업체를 허가취소하고 업주를 구속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이번 적발된 업체는 성서공단의 폐수를 하루 50여t씩 처리해왔는데 그나마 가동을 중지시키면 당장 그 50여t의 처리는 어떻게 되는가.문제해결의 핵심은 오염물 질의 처리를 능력있는 업체가 맡게 하는데 있다.이미 허가된 업체에 대해선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지원하고,적어도 앞으로는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능력을 갖춘 업체에 허가해주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환경처는 사건이 난뒤 부랴부랴 성서 공단내에 미량유기화학물질분석지소를 설치하고 분석기 1대를 배치했는데 진작 했어야 할 일이 아닌가.또 그런 기구,그런 기계가 필요한 곳이 어디 성서공단 한곳 뿐이겠는가.
검찰이 폐수성분을 분석해 방류업체를 적발해낸 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다.많은 업체들이 비올 때를 틈타 폐수를 방류하는 짓을 다반사로 해온 것은 적발의 어려움을 노린 짓이다.이번처럼 과학적인 수사로 방류업체는 철저히 가려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위법행위를 삼가게 될 것이다.다만 지난달 28,29일에 검출된 오염물질과 30일에 검출된 오염물질이 달랐던 것으로 보아 무단방류업체가 대구환경관리 한개 업체 뿐이라고는 보기 어렵다.이 의문점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할 것 이다.
환경보전을 위해선 환경당국과 수사당국의 「2인3각」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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