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전 조기 과외교습 유아 정신건강 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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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도를 넘어선 早期교육 바람에 말더듬이.눈깜짝이 등 갖가지 신경증세며 원형탈모증까지 일으키는 우리 어린이들을 어떻게 할것인가.남보다 좀더 잘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의 욕심에다 「빠를수록,많을수록 바람직하다」는 유아교육 관련업계의 부 추김까지 더해 두세살 무렵부터 과외교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더이상 방치할수 없다며 유아교육 관계자들이 학원법개정운동에 나섰다.
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회의.대한유치원교육연합회.우리아이들의 보육을 걱정하는 모임.한국유아교육학회등 17개 단체들이 「유아 과외학습 이대로는 안된다」를 주제로 공동주최한 강연회(5일.서울 한국교총회관)에는 유치원교사.아동 학과 교수.학부모 등 유아교육 관계자 1천2백여명이 모였다.「유아 과외교습의 현실」을 발표한 李鐘姬교수(同德女大 아동학과)의 취학전 과외교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및 유아원에 다니는 어린이들 가운데 별도의 과외교습을 받고 있 는 비율은 92.3%로 중학생(65.6%)과 국민학생(75.6%)에 비해 크게 높다.
또 서울시내 1천3백60명의 유아 및 국민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바에 의하면 35.4%가 이미 방문교사나 학원 및 영어유치원 등을 통해 영어교육을 받고 있다.李교수는 『뿌리없이 앵무새식으로 되뇌는 유아기 과외교습으로 상해 버린 유아교육의 뿌리는 건강을 되찾기 매우 어렵다』며 자율성.창의성을 망치는 유아교육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
「조기 과외교습이 유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한 洪剛義교수(서울大의대 소아정신과)도 무리한 과외교습 때문에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들을 제시했다.억지공부를 해야하는 어린이들은 과중한 스트레스때문에 우울증.소화불량.불 면증.눈깜짝이 등 「틱」증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것. 그외에도 배움에 대한 성취감이나 호기심을 잃고나면 공부에혐오감.부담감만 커져 정작 본격적으로 공부해야할 중.고교 과정에서 공부와 담을 쌓아버리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혔다.심지어 「부모는 싫은 것만 강제로 시키는 무서운 사람」으로 여겨 극도의분노와 적개심을 품기도 하는만큼 부모-자식간의 원만한 대화 통로가 막혀버리는 등 장기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위험이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盧炳寅교수(中央大 의대 피부과)는 「유아 스트레스와 원형탈모증」을 발표해 충격을 던졌다.스트레스가 주범인 탈모증환자의 연령이 크게 낮아져 盧교수가 91년1월부터 올1월까지 만3년 사이에 치료한 9백56명의 탈모증환자 가운데 15세 이하는76명이며,3회이상 계속 치료받은 환자중 유아가 무려 30%,국민학생 44%,중학생 26%라는 것.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공부와 학원교육에 따른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중 하나로 드러났다는 보고다.
그밖에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어린 자녀의 입장과 발달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취학전부터 과외교습을 서둘다 말더듬이.우울증 등으로 고생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어린 나무에 거름을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뿌리가 상해버린다는 간단한 이치를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강연회 참가자들은▲취학전 유아들도 예.체능을 제외한 과외교습을 받지못하도록 학원법을 고칠 것▲유아교육을 公敎育化해서 학부모가 자녀들을 안심하고 정식 유아교육기관에만 맡길수있도록 뒷받침할 것 등을 관계당국에 요구하는 성 명서를 채택했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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