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확대, 동포애 강조 … 새로운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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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2007 남북정상선언의 제7항은 인도주의 문제를 다뤘다.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영상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면 이산가족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해 온 '서신(편지) 왕래' 등은 합의문에서 빠졌다.

◆해법 마련 못한 국군포로.납북자=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에서 인도주의와 관련된 의제 중 관심을 모았던 것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다만 북측이 국군포로.납북자 존재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전쟁 전후 행방불명자'로 명기해 해법을 만들어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남측 가족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성과는 없었다.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귀국 보고에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로 국민 기대만큼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며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북측 거부로 무산된 제안=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제안한 의제 중 북측이 거부해 무산된 의제는 꽤 있다. 김 위원장이 의지를 보이지 않았거나, 북한 군부의 반대를 넘지 못한 게 대부분으로 보인다. 예컨대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감시초소(GP)의 철수'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평화수역' 'DMZ=평화지대'라는 등식을 세우고 정상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NLL 일대의 공동 어로수역 지정과 평화수역은 선언문에 명시됐다. 반면 DMZ의 GP 철수를 토대로 한 평화지대화는 빠졌다. 북측이 요구한 NLL 재설정과 직결된 평화수역은 들어가고, 북한 군부가 반대하는 DMZ 문제는 실종된 것이다.

군사적 신뢰 구축의 핵심인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선언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선언문에는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의 회담을 다음달 평양에서 개최키로 했다고 밝혀놓았을 뿐이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1차 국방장관회담은 유명무실하게 된 상태다. 남북 정상이 국방장관회담의 의제를 확정해 주지 않으면 사실상 대화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해준 사례다. 따라서 다음달 2차 국방장관회담이 열려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위한 합의 도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서울.평양에 각각 설치하려고 했던 '남북 연락사무소'도 시기상조임이 드러났다. 평양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을 아직은 수용할 없다는 판단으로 관측된다.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 설치도 북측의 거부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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