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전 미국무 WP지 기고/“북한 핵개발은 용납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 대응 후퇴일변도서 원점으로 돌아가야
닉슨행정부 시절 미중수교의 막후 역할을 수행했던 헨리 키신저전국무장관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다뤄오면서 성과없이 후퇴만 거듭해왔다고 비난하면서 앞으로 협상에서 북한핵의 과거와 미래 문제를 모두 해결하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섣부른 타협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음은 6일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린 키신저 전장관의 기고를 요약한 것.<편집자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밀물처럼 고조됐던 긴장감이 대화 분위기와 함께 눈녹듯 사라졌으나 어느 것도 해결된 것없이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현상황에 대한 정확한진단이 아닌가 한다.
돌이켜 보건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대응은 후퇴일변도였다.지난해 11월7일 빌 클린턴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그러나 지난 1월5일 정부쪽에서 『대통령의 표현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는 해명과 함께 『북한이 앞으로 핵개발만 동결하면 된다는 의미』라는 말이 흘러나왔다.북한에 미정보기관들이 지적했던 2개쯤의 핵무기는 가져도 된다는 묵시적인 양해를 해준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오며 미국의 협상 입지는 나날이 좁아져 갔다.북한의 김일성주석은 이제 핵개발 동결을 전제로 미국의 대북수교·선제 핵공격 금지 선언·경협 등을 요구하고 있다.애당초 해서는 안될 일을 시작해 놓은 뒤 이제는 그일을 중단하는 대가로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1∼2개정도의 핵을 북한에 허용하는 선에서 사태가 종결될 때예상되는 후유증은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일본의 경우 이같은 상황이 싫지 않을 수도 있다.
핵개발을 가속화하는 구실로 삼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한국도 핵이 있는 북한은 원치 않으면서도 장차 통일후에 그 핵을 「유산」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끌릴 수도 있다.
이러한 제반 상황들을 감안해 볼때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거의 원칙으로 되돌아 가라는 것이다.북한핵문제가 대화나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그러나 이같은 대화는 앞서 언급한 「분명한 선」이 지켜져야 한다는 전제아래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클린턴정부는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워싱턴=김용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