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3단계회담>경수로 지원이 성패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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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北-美 3단계고위급회담에서 거론될 의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이 지미 카터前대통령을 통해 극구 강조한 경수로지원 문제라 할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타결이 된다 할지라도 실무적.기술적 차원에서온갖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寧邊의 흑연로를 경수로로 교체하는 문제는 3단계 고위급 회담의 성패를 가름할 관건이라할 수 있다.
경수로의 재원조달에서 설계.건설.유지.건설기간.안전및 관계 국제규정등 첩첩한 실무적 난관들을 정리함으로써 3단계회담의 전망에 갈음한다.
◇법적 문제=서방국들이 핵발전 기술과 같은 전략기술을 공산국가인 북한에 넘겨주기 위해서는 對공산권 수출통제등과 같은 갖가지 금수.규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는 반드시 선결돼야할 과제로 현재 이같은 취지아래 규제를 가하고 있는 주요 국제규정은 런던 공급자 그룹.쟁거(Zanger)리스트.테러방지법.對敵교류법.핵확산금지법등과 기타 20여개의 美국내법등 30여개에 달한다.
◇재원 조달=현재 외채가 50여억달러에 달하며 사실상 도산상태인 북한에기당 2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건설 재원을 조달해줄수 있는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우선 꼽을 수 있는 곳은 한국 정도다.
미국은 국내법상 규제를 들어 재정지원은 물론 관련기술 이전도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다만 필요할 경우 국제 컨소시엄 형성을 돕거나 시공자를 주선해주는등 조정자 역할을 할수있을 것이라고「뒤를 빼고」있다.
러시아는 경수로 관련기술은 지원할 수 있다 하더라도 돈 낼 형편은 아니며,일본은 북한과 전쟁배상금 문제가 걸려있어 조달계획엔 동참 하겠지만 북한과 따로 해야할 얘기가 너무 많다.
◇건설상의 문제=경수로와 같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설비를 북한에 세우는 것은 갖가지 예상못한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즉 시멘트나 철근등 기초품목에서부터 볼트.너트등 사소한 부품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수입을 해야하며 용역도 모두 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건설공정을 예정대로 진행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이 건설에 나설 경우 고도의 관련기술과 숙련된 인력및 부품 조달능력을 가지고 있고 언어상의 어려움이 없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건설기간 문제=설계에 통상 3년,건설에 5~7년이 소요되는것등을 감안할 때 경수로 완성까지는 빨라야 8~10년이 걸린다.이 기간중 별일없을지 재원조달자나 시공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할수밖에 없다.설령 정권 차원에서의 변동은 없을 지라도 10년 후까지 계약 당시의 조건들이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가동과 보수.유지=북한의 전력공급 현황은 경수로와 같은 대규모 핵발전소를 감당하기엔 충분치 않은 점이 있다.
또 핵연료로 사용될 고품위의 우라늄 공급과 핵폐기물의 보관및처리에 있어 구비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다.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경수로가 완성될때쯤 남한쪽이 관리나 가동을 책임지게 되는경우다. ◇안전문제=기존의 북한내 연구용 원자로나 완성된 경수로가 안게될 위험도는 별 차이가 없다.현재의 원자로는 용량은 아주 작지만 원자로 안전관리기술이 낙후돼 있어 항상 안전사고의위험을 배제키 어렵고,경수로는 설계상 갖가지 안전장치들 이 설비되지만 용량이 매우 커 만의 하나 관리능력 부족으로 안전사고가 생길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지 선택.가동관리.방사능 검출.안전사고 발생시 비상대응등 경수로 가동 관련 전과정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기술인력의 확보및 자체적 감독기관 설립등 경수로 가동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그러나 이것이 얼마만큼 충족될 지 의문이다.경수로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또는 재정적 차원을 넘어 이것들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적 난관들을 안고 있다.
미국측이나 관계전문가들이 경수로 대신 油類발전등 다른 대안들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따라서 이처럼 복잡한 매듭을 어떻게 풀수 있느냐가 南北및 北-美회담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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