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신나는 숙제/창의­자율성“쑥쑥”/국교교사 이호철씨 교육집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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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식구들 발 본뜨기」 「나물 캐 먹기」 등 과제로 내/어린이들 “노는듯 하면서도 오래 기억” 호응
팔이 빠지도록 베껴 적고 외우는 숙제.깨알같은 글씨로 빈틈없이 무엇인가 빼곡이 써가는 「빡빡이 숙제」.우리 교육현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이같은 숙제를 아이들이 싫어하고 진저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지 모른다.교육현장에서 재미있는 숙제 를 통해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길러주고 참다운 삶을 찾아주려 애쓴 일선 교사가 그간의 성과를 모아 만든 책이 출간돼 신선한 감동을 준다.
경북청도 덕산국교 교사인 이호철씨(44)가 펴낸 『재미있는 숙제,신나는 아이들』(도서출판 보리·신국판·2백48쪽·6천원).
베끼고 외우는 숙제를 내주던 교사와 숙제 안한다고 다그치기만 하던 부모들이 숙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다. 「식구들의 발 본뜨기」「예쁜 돌 세개 주워오기」「땀흘려일하기」「눈감고 지내보기」등 참으로 기발하고 별난 이 숙제들은 이교사가 경북경산 중앙국교와 부림국교 재임때 담임을 맡았던 4,6학년 어린이들에게 내줬던 숙제.
이씨는 『아이들에게 베끼고 외우는 점수따기 공부만을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다』며 『재미있는 숙제는 즐겁고 신나게 숙제를 하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겪으며 삶을 가꾸어 갈수있는 살아있는 공부가 되도록 한것이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숙제는 「나물캐어 먹을것 만들어 먹기」「버들피리만들어 불기」「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와 같이 삭막한 현대생활에 찌든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
「부모님 발 씻어드리기」「부모님 팔다리 주물러 드리기」「밥 해보기」등과 같이 부모님의 노고를 가슴깊이 느낄수 있는 것들도 있다. 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 관찰하기」「땀흘려 일하기」등을 통해 일의 소중함과 보람등을 체험케하고 있으며 「주워온 돌 제자리에 갖다놓기」를 함으로써 무엇이든 자기가 소유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이나마 삭이고 자연의 것은 자 연에 되돌려주는 뜻이 담긴 교육도 해내고 있다.
이밖에 「환경오염 실태조사」「우리옷에 우리말이 있는가」「광고무엇이 문제인가」등 소개된 재미있는 숙제는 총 37가지.
이같은 숙제에 대해 어린이들은 숙제를 하고 난뒤 쓴 일기에서「노는것 같으면서도 느끼는게 많으며 또 오랫동안 기억된다」며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
20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이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얻은 성과를 모아 올들어 『살아있는 글쓰기』『살아있는 그림 그리기』를 펴낸바 있으며 올겨울 『살아있는 교실』을 출판,「이호철 선생의 교실혁명 시리즈」4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그는 또 한국 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글을 모아 『꽃교실』등 4권의 책도 펴낸바 있다.〈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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