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자생식물교육원/한국의 야생화 보여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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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선나무 등 4백종 3천그루 특성별 식재
『나는 봄이면 오랑캐꽃·민들레꽃이 옹기종기 피어나고,여름이면 뭉게구름 아래로 동자꽃과 들장미가 뒷동산 언덕을 수놓고,가을이면 바로 그 언덕에 갈대가 하늘거리고,겨울이면 집 뒤뜰의 앙상한 감나무 가지마다 소복이 눈꽃이 피는 아름다운 농촌 마을에서 자랐다.』(한국 야생화연구가 김태정씨의『우리가 정말 꼭 알아야할 우리꽃 백가지』중에서)
은방울꽃·처녀치마·붓꽃·며느리밥풀꽃….자연과 단절된 채 튤립·카네이션등 외래종 꽃에 더 익숙한 도시의 어린이들에겐 낯설기만 한 우리꽃들의 이름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여름방학 동안 도심속 한적한 고궁에서 우리야생화의 정다운 모습을 즐기며 배울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우리의 산과 들에 소담스레 피어 있는 꽃들을 모아 조성한 창경궁「자생식물 교육원」.
문화재관리국은 지난해 10월초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이 있던 춘당지 주변 5백평에 야생화 4백종 3천여그루를 심어 최근 일반에 공개했다.
자생식물 교육원은 세계에서 1속 1종밖에 없는 미선나무를 비롯,야생 초목을 희귀·약용·덩굴·초화류·유실수·일반수목등 특성별로 나눠 가꾸고 있다.특히 야생화들을 계절별로 분류하지 않고 섞어 심어 봄·여름·가을마다 색다른 우리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또 식물명·과명·학명·분포지 외에 특징등을 담은 푯말을 설치,어린이·청소년들의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산딸나무·원추리·참나리·엉겅퀴·꿀풀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우리 여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자생식물 교육원의 우리꽃들은 대부분 문화재관리국이 경기도 남양주군 사능양묘장에서 채집,씨를 뿌려 포지 재배시험을 거쳐 옮겨심은 것들이다.
창경궁관리사무소 허복수 식물계장은『환경·조건이 맞지 않아 시들거나 상하는 꽃들은 사능양묘장에서 계속 공급받거나 직접 채집해 보식하고 있다』며 『화려한 멋·향기는 없지만 소박한 우리 야생화들을 어린이들이 직접 보고 배울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직은 꽃들이 부족한데다 화단의 구성·배열이 어수선한게 사실.그러나 오는 10월 대온실의 보수가 끝나고 한난·문주란등 천연기념물과 제주도·남해안지방의 희귀식물 수십종이 들어오면 한껏 어우러진 우리 야생화의 참멋을 느낄수 있게된다.
휴일이나 방학동안에 가족끼리 찾는 것도 좋지만 창경궁에서 펼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같다.문화재관리국은 매년 여름방학 서울시내 5대 고궁을 대상으로「고궁 청소년 문화학교」를 열고 있다.올해는 1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치러지는데 토·일요일을 빼고 요일별로 각 고궁의 연혁·고건축에 대한 문화재전문위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관찰하게 된다.
문화재관리국 관계자는 『올해는 월요일에 펼쳐지는 창경궁 청소년 문화학교에 자생식물 교육원 견학코스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는 문화재관리국 궁원관리과((02)(318)7461)·창경궁 관리사무소((02)(762)4868).〈김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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