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지휘봉 놓을까/불 바스티유오페라단서 퇴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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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권한 제한·연봉반감 재계약 종용/“노조 파업·좌우파 알력에 희생양”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정명훈씨(42·사진)가 최근 오페라단측으로부터 불리한 조건의 재개약을 강요받으며 축출 위기에 놓여 국제 음악계에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5일 정씨의 한 측근에 따르면 오페라 극장측은 정씨에게 레퍼토리와 아티스트 선정등 음악감독의 권한을 대부분 제한하고 재계약기간을 당초 2000년에서 1997년으로 단축하며 연봉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계약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
극장측은 또 정씨가 이같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모든 계약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측의 이같은 움직임은 누적된 적자와 재정난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오페라극장 노조의 장기 파업등과 맞물린 정치적인 원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9년 프랑스혁명 2백주년 기념으로 개관한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은 그동안 93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한 우파로부터 막대한 적자와 세계적 영향력등의 이유로 정략적인 공격대상이 돼왔다.
특히 지난해 우파 정권의 득세와 함께 예술총감독에 위그 갈씨(현 제네바 오페라단 총감독)가 내정된 이후 오페라극장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정씨를 희생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것.
정씨는 이같은 좌·우파 정권의 알력과 노사분규등의 음악외적 이유로 물러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법적 투쟁 이전에 우선적으로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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