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속의 대법관 제청(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마침내 신임 대법관 6명이 윤관대법원장에 의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되었다.앞으로 국회의 임명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란 절차가 남아 있으나 인사내용이 바뀌는 일은 예상되지 않는다.
이번 대법관 임명제청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회적 논란을 거쳤고 국민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그런 논란과 국민적 관심은 이번 인선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이는 시대의 변화를 웅변하는 것이며,결과적으로 사법부의 위상을 높이 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본다.
물론 현행법상 대법관의 임명제청은 대법원장의 독자적인 권한에 속한다.그런 이상 그 권한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 마땅하다.그러나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그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왔음은 두루 알고 있는 사실이다.따라서 이번 임명제 청을 앞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던 것은 당연하며,그러한 논란은 대법원장의 독자적 권한을 강화하는데 기여했으면 했지 결코 부정적 영향이 컸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사회여론을 의식한 결과 여러 면을 두루 고려한 안배식 인선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과도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인선기준은 어디까지나 법관으로서의 자세와 능력일 뿐 다른 어느 것일 수도 없다는 점만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의 논란과정에서 제기된 재산의 많고 적음의 문제나 공안사건재판 담당 문제에 대해서도 기계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그 재산이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된 것이냐 아니냐,판결이 정치적 입김에 좌우된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일 뿐 재산 자체가 많으냐 적으냐,공안사건을 많이 맡았었느냐 아니냐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이제 남은 관심은 이번에 제청된 신임 대법관들의 국회동의 과정이다.우리도 미국에서처럼 인사청문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다수 여론이었다.여야의 절충 결과 인사청문회는 열지 않기로 했다지만 과거처럼 토론없는 무기명투표로 처리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인사청문회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사법부내에서도 다수 의견이다.인사청문회 제도의 도입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토론절차는 거침으로써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본뜻 그 대로 살리는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어떻든 사법부는 이번 대법관의 물갈이로 의미있는 전환점을 스스로 마련했다.이제야말로 사법부는 삶의 가치가 권력이나 금력에만 있지 않고 명예에도 있음을 보여주는 표상이 돼야 한다.아울러 오로지 법적 정의만을 추구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과 사회적 정의를 함께 실현해 나가야 한다.그러려면 사법부는 끊임없이 변신해야 하고 대법원은 그 변신을 선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