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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짝퉁 애니콜 미국서도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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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베이징 최대 상업 중심지인 둥싼환(東三環). 둥싼환 마이쯔뎬(麥子店)에 위치한 치차이(七彩)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류(柳)씨는 오늘도 짝퉁 휴대전화 판매에 열심이다. 그는 거의 매일 난싼환(南三環) 무시위안의 휴대전화 시장에서 물건을 갖고 와서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한다. 만약 특정 기종 휴대전화의 판매량이 순조롭지 못하면 기종 교체 요구도 가능하다.

▶중국에서 제작된 노키아 짝퉁 제품.

류씨가 짝퉁 휴대전화 판매에 나선 지 어언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더 큰 돈벌이를 위해 베이징으로 상경한 류씨가 판매하는 휴대전화는 노키아, 삼성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이다. 하지만 값은 일반 소매 가격보다 훨씬 싸다.

노키아의 주력 제품인 N95 휴대전화는 전문 매장에서 5000~6000위안을 줘야 하지만 여기서는 불과 수백 위안이면 살 수 있다. 가격이 조금 높은 반면 품질이 좋은 ‘밀수품’도 구입 가능하다.

“우리가 밀수품이라고 판매하는 것은 사실 구형 중고품을 신품으로 재가공한 휴대전화”라고 류씨는 말했다. 밀수품, 모조품, 재가공 휴대전화 등 정식 제품이 아닌 불법 휴대전화를 중국에서는 ‘헤이쇼우지(黑手機)’라고 부른다.

류씨가 물건을 가져오는 무시위안 지역은 중국 화북 및 동북지역 최대의 헤이쇼우지 집산지다. 베이징 남단에 위치한 무시위안 팡스퉁(方仕通) 등 이동통신 제품 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NCKIA’‘NOKYA’ ‘Sony Ericssun’ 등 유명 브랜드에서 한 글자만 살짝 바꾼 짝퉁 휴대전화를 쉽게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제품을 꺼린다면 진짜와 똑같은 모조품, 중고품을 가공해 신품과 똑같이 만든 휴대전화 등 모든 유형의 헤이쇼우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정식 휴대전화 매장과 이곳의 차이점은 정식 매장이 플라스틱 기기 모형을 진열대에 전시하는 데 반해, 이곳은 칩만 내장되지 않은 진짜 기기를 진열한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휴대전화에 SIM 카드(가입자 식별 칩)를 삽입해 통화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곳의 주요 고객은 류씨와 마찬가지로 베이징 주요 거리마다 볼 수 있는 휴대전화 소매업자다. 무시위안과 함께 베이징 서쪽의 궁주펀은 이들 소매 유통업자들의 주요 제품 구입처다. “일부 매대의 경우 하루 600대까지 팔린다”고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말했다.

선전시 화창베이 통신시장을 비롯해 상하이 지평선 통신시장, 청두 통신대세계 등 전국 각 도시별로 무시위안과 유사한 헤이쇼우지 유통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통해 매년 수천만 대의 헤이쇼우지가 전국 각지로 유통된다.

“올해는 특히 심한 것 같다”고 소니 에릭슨사의 중국지역본부 닝수융(寧述勇) 부총재는 말했다. 헤이쇼우지의 무서운 기세를 몸소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CCID 컨설팅이 발표한 최신 휴대전화 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상반기 중국 헤이쇼우지 시장 규모는 2343만 대에 달한다.

이는 대략 중국 휴대전화 시장의 4분의 1에 달한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헤이쇼우지의 대부분은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에서 생산된다.

“우리는 지금 거의 살아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위로는 유명 다국적 기업, 아래로는 선전에 위치한 헤이쇼우지 제조업체 때문이다. 선전 내 휴대전화 생산 라인은 이미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세금 낼 필요가 없고 임금도 저렴해, 원가 측면에서 우리보다 3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서 모토롤라, 노키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버드(BIRD, 波導) 쉬리화(徐立華) 이사장의 개탄이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선전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서 판매하는 가격은 선전에서 가져오는 가격보다 겨우 30위안(1위안= 약 120원) 높은 수준이다. 결국 박리다매 전략으로 나간다”고 이웃 매대의 리(李)씨는 강조한다.

“지금은 휴대전화 판매 성수기가 아니다. 구정 직전이 호황이다”고 7년간 헤이쇼우지를 만들어온 장셩(가명)이 말했다. 26세에 불과한 이 청년은 이미 업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2001년 선전에서 재가공 휴대전화 도매업에 종사한 이후 요즘은 선전 화창베이 시장에 몇 개의 매장을 임차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매장에 나타나는 일은 드물다. 오래된 단골 고객은 모두 전화를 이용해 주문을 받는 시스템이다.

장셩은 삼성 브랜드의 재가공 휴대전화만을 생산 판매한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판매해야 한다. 1~2개 기종만 선택해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곳 시장에서도 국제화 바람이 불고 있다. 장셩 역시 수시로 이 말을 사용한다.

중학교만 졸업한 그의 이미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실제 영업 내용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한 원자재, 즉 중고 휴대전화 기기는 주로 홍콩에서 구입한다. 이들 중고 기기는 주로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수입된 것이다.

장셩은 홍콩에서 이런 중고 휴대전화를 구입한 후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선전으로 통관시킨다. 일부 대량 화물은 쾌속정을 통해 밀수되며, 심지어 홍콩과 선전 간 국경 지역에 땅굴을 파서 운송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은 아마 경찰들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셩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국제화

이렇게 들여온 제품은 케이스를 교환하고, 유럽 버전의 주파수를 중국시장에 맞게 바꾸는 한편, 액정모니터도 새로 바꾼다. 환골탈태 과정을 거친 휴대전화는 겉모습만 보면 원래 신제품과 구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케이스는 유명 브랜드 케이스 가공공장이나 A/S 센터를 통해 구입한다. 인력도 장셩을 포함해 몇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판매 역시 국제적이다. 장셩이 생산하는 삼성 브랜드 재가공 휴대전화는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로 수출된다. “믿기지 않겠지만 미국에도 판매된다”고 장셩은 은밀하게 말했다.

“외국인들은 그들의 소득 수준에 맞춰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마련이다. 이른바 틈새시장을 노려 아랍과 아프리카 위주로 판매한다”는 장셩은 내수 판매보다 수출을 통한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요즘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 이윤이 예전만 못하다”고 장셩은 투덜거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중국 휴대전화 메이커보다는 훨씬 양호한 상황이라고 한다.

“지금 헤이쇼우지 제조에 뛰어들더라도 여전히 돈벌이가 된다. 현재 중국은 4억 명 정도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나머지 9억 명은 미사용자다. 만약 당신이 더 이상 시장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품 휴대전화 메이커와 비교해 헤이쇼우지는 입망(入網, 네트워크 사용) 허가증 취득, 연구개발, 세금, 브랜드 홍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부품분야의 이윤은 놀라운 수준이다. 예를 들어 배터리의 경우 정상 제품의 소매가격은 100~200위안 수준이나 모조품 배터리는 출고가격이 겨우 7~13위안에 불과하다.

장셩이 생산 판매하는 휴대전화의 원가는 수백 위안대에 불과하다. 한 대 팔면 수십 위안에서 100위안 정도 이익을 본다. 그러나 헤이쇼우지 유통 과정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단계는 중간 유통업자와 최종 소매업자다.

“내 고객 중 일부는 BMW를 타고 다닐 정도다. 그들은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이윤 폭이 상당히 크다. 나는 한 대 팔아 수십 위안 남짓 벌지만 그들은 보통 대당 300~400위안을 번다”고 장셩은 말했다.

이러한 높은 이윤 때문에 개인 사업자들은 정식 브랜드 제품을 팔기보다는 헤이쇼우지 판매에 열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 휴대전화 소매상들은 정품 판매를 포기하고 헤이쇼우지 판매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CCID에 따르면 2006년 ‘헤이쇼우지’ 시장의 성장 속도는 100% 이상으로 중국 휴대전화 시장 평균 성장률을 초과하고 있다. 이 중 밀수품과 재가공품은 공급원의 제한으로 성장률이 짝퉁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상황이다.

2005년 헤이쇼우지 시장의 52%를 밀수품이 차지하고, 모조 휴대전화는 39%를 점유했다. 그러나 2007년 상반기 들어 모조 휴대전화 비중이 헤이쇼우지 시장의 58%까지 올라갔으며 밀수품은 37%대까지 떨어졌다.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휴대전화 제조는 둥완(東莞)으로’ ‘휴대전화 생산은 허위안(河源)으로’라고 쓰인 광고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조품 휴대전화 제작을 원하면 선전시에 가면 ‘원스톱’으로 해결된다. 먼저 원하는 모델의 기종을 가지고 현지 휴대전화 설계 회사에 가서 설계 방안을 협의한다. 선전에서는 이런 종류의 디자인 하우스가 수백 개나 있다.

이와 관련된 사례 하나. 올 상반기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 통신전에 삼성은 불참을 선언했다. 모토롤라와 노키아는 참가했지만 이들이 전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모두 구형 모델이었다.

보다오의 쉬리화 이사장은 “나는 이들 회사가 감히 최신 기종은 전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 한 대라도 전시했다면 이들 회사가 내놓자마자 선전의 어느 회사에서 곧바로 모방 제품 생산에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인 칩은 대만 회사인 롄파커지(聯發科技)가 대부분 공급한다. 이 회사는 칩에서 기판, 응용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품을 초저가에 제공한다.

다음 단계로 케이스와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역시 화창베이 시장에서 모두 구입이 가능하다. 실제 생산을 위한 기술자를 찾아야 하지만 이조차 선전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대형 헤이쇼우지 메이커의 연간 이윤은 1억 위안을 넘을 것”이라고 장셩은 예측했다.

모조품은 외형으로만 보면 정식 휴대전화와 별로 차이가 없지만 품질은 천양지차이다. 때로는 판매된 이튿날 A/S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 도매상의 경우 하루에만 수백 대의 휴대전화가 수리 의뢰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제품은 한 번 이상 A/S 처리되기 때문에 재수리율은 110% 이상에 달한다”고 류씨는 말했다.

고객을 찾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 이외 인터넷 쇼핑몰은 새로운 구입경로가 되고 있다. 웬만한 B2B와 B2C 웹사이트는 모두 헤이쇼우지 제조업체에 이용된다. 예를 들어 www. m8cool.com 사이트는 대표적인 헤이쇼우지 유통 사이트로, 여기서는 각종 우대 혜택 제공을 통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각종 헤이쇼우지에 대한 로드 테스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정부 당국 단속 ‘시늉만’

헤이쇼우지에 대해 정부 관련 부처도 몇 번의 단속활동을 벌인 바 있다. 장셩은 이에 대해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한 제조업체 시장 책임자는 “신식산업부가 굳이 전면적인 소탕 작업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부로서도 일정한 시장의 룰을 통해 일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도태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윤은 높은 반면 불법 영업에 대한 불안감, 잦은 제품 고장 수리에 대한 문제점은 장셩이 헤이쇼우지 분야에 종사하면서 회의감을 느끼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장셩은 이 ‘마당’을 떠날 생각이 없다. 정식 휴대전화 장사는 이윤이 높지 않고 문턱도 높으며 제품생산과 영업 허가증이 있어야 하고 회사도 설립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 제품과 달리 휴대전화는 생산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식산업부의 허가증은 신중하게 발급된다. 이 같은 점은 많은 제조업체가 헤이쇼우지 생산에 뛰어들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최대한 불법적인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헤이쇼우지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에서 많이 보인다. 이 방식은 신식산업부의 휴대전화 생산 허가증을 발급받지 않고 기존 허가증을 취득한 업체로부터 ‘상표와 허가증 사용권한’을 구입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하청 생산을 하거나 단지 자격증의 사용권만을 돈을 주고 차용해 활용한다.

중국에서 비교적 일찍 이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생산한 업체로는 둥신(東信), 슝마오(熊猫), CECT 등이 있다. 초기에는 허가증 구매 시세가 대당 80~100위안이었으나 그 뒤 줄곧 하락해 2003년에는 40위안까지 떨어졌다.

최근 몇 년간 국가 신식산업부가 휴대전화 허가증을 늘림으로써 현재 허가증 발급 수량은 80개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생산 메이커의 증가와 국가의 휴대전화 생산 허가증 발급 관련 통제가 엄격해 여전히 허가증 시세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헤이쇼우지를 직접 생산하는 대신 허가증을 빌려주는 행위도 상당히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과 3년 전 중국산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시기의 위세 당당함은 이미 바람같이 사라졌다.

번역=홍창표 KOTRA 차장, 정리=임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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