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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16.유학에 왕도가 있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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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5월27일 시카고 서부교외의 와본지 밸리 고등학교 졸업식장.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회자가 마이크를통해 몇몇 졸업생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Cathy Chang』 한 한국인 소녀가 동료 학생.학부모.교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교장 선생과 악수를나누고 졸업장과 상패를 받아든 그녀가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드는당찬 모습에 취재진의 가슴이 뿌듯했다.
유학생 張丁允양(19).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졸업평점 4.0 만점에 3.9.1천여명의 졸업생중 8명에게만 주어지는 우수졸업생상을 수상하는 순간이었다.張양은 미국 동부 명문사립대 보스턴 칼리지의 입학허가를 받았다.
『수학.과학등 주요과목에서 모두 A를 받았지만 체육.운전실습등에서 B를 맞는 바람에 수석자리를 놓쳤어요.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올A」를 받을 수 있었는데….』 張양은 유학생활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국제변호사가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해야 하잖아요.그래서 대학때나 대학원때 유학오는 것보다 고등학교때 와서언어나 미국인들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조기유학을 결심했죠.』 張양은 유학이 한번 도전해볼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권하면서도,뚜렷한 목적없이 단지 「미국에 가면 뭔가 달라질거야」라는 식의 무작정 유학은 금물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에서는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어요.그때문인지 뚜렷한 소신이 없거나 부모가 등을 떼밀어 유학온 경우는 대부분 실패하기 십상이에요.』 92년 캘리포니아大 샌버나디노분교를 수석으로 졸업,명문 존스 홉킨스大 의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全泰昱씨(26)는 본인의 의지.노력 못지않게 유학을 떠나기전 학교 선정이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한다.
『무조건 많이 알려진 대학이나 유학원에서 소개하는 곳으로 가선 곤란해요.어떤 학교인지 철저히 알아보고 자신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곳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서울대에 두번 응시해 낙방의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반에서 2~3등을 다투던 全씨는 세칭 미국의 「일류대학」을 지원했더라도 충분히 입학원서를 받을 수 있었다.그러나 全씨는 유학 경험이 있는 두형과 특히 직업상 유학업무를 많이 다루고 있는 어머니 沈載玉씨(56.韓美교육위원단 부단장)의 권유로 「아담한 대학」을 택했다.어머니 沈씨의 증언.
『주위에서 자녀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널리 알려진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미국대학은 입학은 쉬워도 졸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죠.그래서 泰昱이의 경우 교수와 학생 비율이 1대10 정도 되고 말썽많은 LA에서 60여마일 떨어진 샌버나디노를 권했죠.본인도 여기저기 다른 학교들에 직접 전화도 걸어보고 편지도 띄워 학교조건들에 대해 알아보더니 동의하더라고요.』 자녀를 외국고등학교로 유학보낼 경우 그 학교가 어떤 곳인지 철저히 알아보는 확인작업이 유학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고 沈씨는 강조했다.소위 「엉터리 학교」로 유학보내 사기를 당하는 사례나 학교 주위환경이 어떤지 알아보지 않고 무작 정 유학원만 믿고 자녀를 보내 실패하는 케이스는 궁극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이 沈씨의 주장이다. ***현지학교 방문도 필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 해 학교 당국자와 전화로라도 위치.주위환경.교과과목.교사자질등을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어렵겠지만 학부모가 직접 현지학교를 방문하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沈씨는 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비행기에 자식을 태운 것만으로 자식을 「유학보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가 아이들을 그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시카고 인근 레이크 포리스트 고교를 졸업하고 존스 홉킨스大에 진학할 公堯翰군(18)은『유학와서 적응할 자신이 없으면과감히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충고한다.
「일단 가고보자」 또는 「여기보다 낫겠지」하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유학이 손쉬워진 만큼 「그것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를냉정히 따져보는 지혜야말로 「유학의 왕도」 제1조라는 것이다.
〈李碩祐기자〉 다음 회는 「주경야독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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