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차 … 양준혁, 타격 선두 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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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덟의 베테랑 양준혁(삼성·사진)도 초조함을 숨기지는 못했다. 프로 15년째 통산 2000안타를 돌파하며 ‘위풍당당’한 그도 안타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였다. 볼카운트 0-3에서도 거침없이 방망이가 나왔다. 그만큼 절실했다.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타구는 문학야구장에서 가장 먼, 가운데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양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양준혁이 타격 선두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2일 인천 SK전에서 홈런 1개 포함, 3타수 2안타를 친 양준혁은 타율이 0.3349로 올라 이날 경기가 없었던 KIA 이현곤(타율 0.3348)을 0.0001 차로 2위로 밀어냈다. 아직 세 경기가 남아 있으나 그의 페이스가 무섭다.

 1회 중전 안타를 친 양준혁은 3회 2루 땅볼로 물러났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양준혁은 SK 선발 로마노가 연속 볼 세 개를 던지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4구째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걷어 올렸다. 시즌 22호 홈런. 지명타자인 양준혁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김창희로 교체됐다.

  양준혁이 타격왕에 오른다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타격왕 5회 수상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모두 가려지면서 현재 최고의 핫이슈는 양준혁, 이현곤, 이대호(롯데·0.334)의 타격왕 레이스다. 살짝 밟기만 해도 부서질 듯한 살얼음판 대결이 한 달여째 이어지고 있다. 이현곤이 시즌 대부분을 1위로 달렸으나 9월 들어 양준혁과 이대호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이대호도 지난달 20일 타격 1위에 올랐고, 양준혁이 앞장을 섰다가 이현곤이 1위를 재탈환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프로 6년차 이현곤은 올해가 ‘몬스터 시즌 ’이다. 2002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한 번도 규정타석을 채운 적도 없었고, 3할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올해는 타격왕과 최다 안타(150개)까지 2관왕을 노리고 있다. 서정환 KIA 감독은 “겨울 캠프에서 임팩트 때 손목을 비트는 버릇을 고친 뒤부터 타구에 힘이 실렸고, 정확성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 이대호는 2년 연속 타격왕에 도전하고 있다. 1985∼87년 장효조(삼성)가 3년 연속, 91∼92년 이정훈(빙그레)이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뒤 연속 타격왕은 없었다. 이날 삼성을 5-2로 이긴 SK는 71승을 거둬 팀 창단 이후 최다승(종전 2005년 70승)을 거뒀다.

인천=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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