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주민들 생존 선 양보하면 떠날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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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을 꽃게잡이가 한창인 연평도 등 접경 지역의 옹진군 주민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재설정 등의 민감한 문제들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담 결과가 자신들의 생계.안전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평.백령 도 등의 선착장에는 지난달부터 '주민 생존권이 달려 있는 북방한계선을 사수하라' 등의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자유총연맹 옹진군지부는 지난달 17일부터 'NLL 재설정 논의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하자 교통이 불편한 섬 지역임에도 10여 일 만에 전체 주민의 60%가 참가하기도 했다.

김만량(48) 백령도 진촌어촌계장은 "뭍에서는 축하 분위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NLL 재설정이란 것이 십중팔구 밑으로 내려 긋자는 얘긴데 이는 농민에게 논밭을 내주라는 말과 같다" 고 덧붙였다.

생계 터전에 대한 걱정과 함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높았다. 1999년 6월 연평해전과 2002년 6월의 서해교전을 지켜 봤다는 연평도의 한 어민은 "북한 주장대로 NLL을 내줬을 경우 서해 5도 주민들은 섬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령.연평.대청 도 등 서해 5도 2000여 명(950여 가구)의 어민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꽃게 등 어족 자원이 고갈돼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가 NLL 재설정 문제로 파산지경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연간 3000t을 넘어섰던 꽃게 어획량이 최근엔 100t 미만으로 떨어졌다.

NLL 재조정과 함께 거론되는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대해서도 이곳 어민들은 부정적이다. 최율(52) 전 연평도 어민협회장은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장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동어로구역 설정이 거론되고 있는 해역은 수심이 깊고 어로 조건이 나빠 영세 어민들이 새로 1억~2억원씩 투자해야 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선박 규모가 큰 중국 어선들의 텃밭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이곳 어민들의 지적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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