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을살리자>30.시리즈를 마치며 전문가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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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회=그동안 농진청등 기관및 학계.연구소는 물론 농민등 많은분들의 도움과 격려속에 인기리에 연재된「토종을 살리자」가 오늘좌담을 마지막으로 끝이 납니다.
지난 10개월간 이 시리즈를 끌어오느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누군가 꼭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任=참 어려운 작업을 잘 해냈습니다.가뜩이나 없어져 가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데다 단순한 토산품 소개도 아니고,전문적인 여과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꽤 품이 드는 작업이었을 겁니다.
사회=시리즈를 시작한 동기이기도 합니다만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히 국제화.세계화가 강조되면서 토종을 비롯해 우리의 좋은 가치마저 무분별하게 무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토종에 대한 정의부터 해주시지요.
安=「토종」이란 사전적 의미로는「토지소산종(土地所産種)」의 준말로 한 지방에서 특유하게 나는 생물의 종자 또는 종류를 말합니다. 재래종이란 말도 자주 쓰이는데 이는 토종에 포함되는 것으로 어떤 지방에서 여러해 동안 기르거나 재배돼 다른 지방의가축.작물과 교배되는 일 없이 그 지방의 풍토에 알맞게 된 종자를 가리킵니다.
任=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토종은 지역적 특성은 물론 우리가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해 그렇지 나름대로 우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전적으로 복잡.다양한 인자를 갖고 있는만큼 미래에 인류를 위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적 효용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토종입니다.
李=토종은 사진으로 비유하면 필름의 원판입니다.
원판이 없으면 복사가 불가능하고 복사본을 이용한 창작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安=우리의 토종이 없어지는 것은 곧 이 세상에서도 사라지는 것으로 세계적인 손실입니다.비록 현재는 소홀히 여기고 있는 것일지라도 언제가는 꼭 쓰일 귀중한 특성이 숨어있는 무궁한 자원이 바로 토종입니다.
토종은 또 한 지방에서 발생할 수있는 모든 질병에 강한 수평저항성을 갖고 있습니다.
任=개량 또는 육성된 품종은 모두 토종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러나 개량에만 너무 치우치다보면 엄청난 재해를 당하게 되고 결국은 토종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나무를 예로 들면 좋은 품종의 나무가지를 꺾어 이 가지만 심다보면 결국 모든 숲이 한 나무로만 심어지는 꼴이 돼버립니다.
이것을 학문적으로「유전자 침식현상」이라고 하는데 개량한답시고 각 품종의 유전적 소질을 단순화시켜버리는 어리석음 을 범해서는안됩니다.
사회=토종보존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같은 맥락입니다만 UR타결이후 토종의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고있습니다.더욱이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되면 그 가치가 상당한 무게를 가질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安=「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도 있듯 토종은 우리나라 밖에 없는만큼 우리 토종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특징이 있는 품종과 상품을 개발해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또 앞으로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것이 뻔한 다양성협약이 발효될 경우 원래 우리 토종일지라도 다른 나라에서 보관중인 것을 이용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자원을 맞바꿔 쓰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귀중한 유전자원인 토종을 풍부하게 보관하고 있어야하는 겁니다.
李=우리 토종으로 오래전 멸종되다시피한 검정소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꾸준한 개량을 통해 세계적인 육종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우리 토종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검정소의 정액을 0.5㏄당 5천엔씩 주고도 극히 소량밖에 사 올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회=현재 우리나라 주요 먹거리의 자급도가 대략 30%수준입니다. 지금 우리 농산물이 중국등 외국산에 비해 비싸다고 우리것을 외면해 전량 수입에 의존할 경우 멀지않은 시기에 먹거리가우리의 목을 죄는 무기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많습니다.
任=70년대 이후 급격한 인구증가를 생각할 때 식량사정이 만만찮습니다.비록 과학영농으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늘어나지만 역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불확실한 위험에 대처하는 길은 토종보존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安=60년대 극심했던 인도.파키스탄등의 식량난을 해결한 것이토종시리즈에서 밝혔듯 우리의 앉은뱅이 밀입니다.키가 작다고 해이름붙여진 앉은뱅이 밀은 일본으로 건너가 달마(達磨)로 개량됐으며 이후 외국종들과 교배를 통해 농림10호로 개발된 뒤 다시멕시코에서 추가 개량돼 인도.파키스탄 지역에 보급됐던 겁니다.
이같은 노력을 기울인 볼그만박사는 결국 육종학자로는 처음으로6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사회=지금까지 남아있는 토종의 종류와 특히 보존가치가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요.
安=1900년초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권업보범장이 전국에서 토종을 수집했는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후 85년 전국농촌지도소 직원 8천여명을 동원해 3만9천여점을 수집,외국도입종 7만6천여점과 함께 모두 11만5천여점을농진청 종자은행에 보관중입니다.이중 국내에서 수집된 종자는 벼3천2백여점을 비롯,▲보리류 8천2백여점▲콩류 1만3천여점▲잡곡 4천9백여점▲특용작물 5천여점▲채소 3천여점▲화훼 77점▲과수 80점▲사료작물 7백60점▲감자 60점▲기타 3백26점등입니다. 任=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 또는 자생하고 있는 생물종은 동물 1만4천여종과 식물 8천여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이는 전세계 생물종의 2.9%정도입니다.
***美-日등 엄청보존 安=세계적으로 식물유전자원의 중요성을맨 먼저 제기한 사람은 1920년 옛 소련의 바빌로프입니다.그는 당시 65개국을 돌아다니며 닥치는대로 종자를 수집했으며 25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와 서울.수원등에서 밀등의 종자를 수집해가기도 했습니다.미국도 1819년부터 식물종자의 중요성을 느끼고 세계 각국의 종자 수집에 열을 올렸습니다.이밖에 일본은 1860년,유럽은 1759년,중국은 1978년부터 본격적인 수집에 나서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이 덕분에 현재 미국은 5 0만여점,일본 20만여점,중국 38만여점,필리핀 15만여점의 종자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회=뒤늦게 시작은 했습니다만 우리도 지속적인 토종찾기 노력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李=정책 입안자는 물론 대통령까지도 토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로자에게 포상하는등 적극적인 관심표명을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安=무엇보다도 정부나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합니다.中央日報의 시리즈가 연재되면서 담당자로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토종붐조성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安=생물의 다양성과 생태계보존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있는 것이 없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환경처는 현지보존을 철저히 하고 농진청.산림청등은 지속적인 보존.이용을 위해「현지외 수집및 보존」을 하는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합니다.이와함께 정부내에 생물다양성보존협의기구를 만들고 유전자원 보존연구센터등에 과감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야생 동식물 보호지역의 확대지정및 보호 활동 강화등이 절실합니다.
任=특히 보호지역 지정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희귀 동.식물보호지로 지정하면 해당 식물이나 동물이 삽시간에 모조리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몰지각한 사람들의 소행이지요.
安=우리나라 연구기관의 경우 계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부서가 바뀌어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이같은 현실에서는 한 분야에서 세계 제1의 연구자가 탄생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직책이나 연구의 지속성을 부여해 연구원들이 마음놓고 한 분야에서 평생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절실합니다.
사회=장시간 감사했습니다.우리들의 이러한 뜻이 실현돼 토종이잘 보존되고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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