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국>上.自民.社會 이해얽힌 1회용 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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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7년만에 日本에서 사회당출신 총리가 탄생했다.그것도 물(자민당)과 기름(사회당)이 섞이는 異變으로 쓰러져가던 사회당에서총리가 나온 것이다.
원내의석이 겨우 74석에 불과한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위원장이 38년간이나 대립관계였던 2백6석의 자민당 지지로 총리자리를 차지하게된 것은 한마디로 冷戰종식이후 日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도가「戰國時代」에 접어들었 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원내 제1당이면서도 야당신세로 전락,호시탐탐 정권복귀를 노려왔던 자민당은 사회당과 하타(羽田)연정간의 새 연정 협상이 결렬되자 무라야마 총리案을 내세우면서 사회당을 끌어들였다.그리고하타연정과 불협화음을 보여 연정에서 이탈한 신당 사키가케에도 추파를 던져 일단 여당복귀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자민-사회-신당사키가케의 연합은 정책을 무시하고 정권에만 눈을 돌림으로써 유권자의 의사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또 정책적인 결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자체모순으로 이 체제는 곧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게 대체 적인 시각이다.무라야마 정권은 차기총선을 목전에 둔 단명의 선거관리내각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후 38년간 계속된 자민당 정권이 무너진 것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가 이끄는 그룹의 반란에서 비롯됐다.오자와 그룹은지난해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竹下)파내에서의 권력투쟁에서밀리자 사회당이 제출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 一)내각 불신임안에 동조,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린뒤 자민당을 탈당했다.오자와가중심이 된 신생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자 7개정파를 모아 비자민 연립정권을 수립했다.
사회당은 이때 단순히 비자민정권구성이라는 명분하나만으로 많은정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정에 참여했다.그러나 사회당은 그동안 정책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음으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그렇지만 권력의 달콤한 맛때문에 연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연정내 제1당이면서도 주요각료는 모두 자민당 탈당그룹인 신생당에 내줘야 했다.
사회당은 연정내 정책결정과정에서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신생당대표간사와 이치가와 유이치(市川雄一)공명당서기장의 소위 「이치.이치라인」에 돌림을 당하다 지난 4월25일 하타 쓰토무(羽田孜)총리 탄생직후 신생당등의 원내 통일회파인 「改新」구성에반발하면서 연정을 뛰쳐 나왔다.
한편 자민당정권을 붕괴시킨데 대한 원한이 사무친 자민당은 사회당의 연정이탈로 소수연정이 된 하타내각붕괴 기회만 노리다 지난주 예산안 통과직후 하타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타내각을 무너뜨렸다. 결국 정권탈환을 최우선시한 자민당과「이치.이치라인」에대해 깊은 불신감을 갖고 있는 사회당이 정권재창출과 勢확대만을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오자와는「정책일치와 안정정권」을 위해 사회당과의 연정을 포기했다.지금 사회당과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정책차이로 인해 언제헤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자민-사회 연합이 사회당우파와 자민당 보수파의 탈당을 가져와 정계를 개편,양대정당제를 지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당을 포기하고 국민적 인기가 높은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前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신생.공명당 주도의 연정은 총리선거에서 져 야당이 됨으로써 구심력을 상실,과거와 같은「이치.이치라인」신화가 무너질수밖에 없다.자민당과 사회당도 총리선출에서 보듯 이미 분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무라야마정권탄생은 신생당주도 의 과거 연정이나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연정 어느쪽에도 일방적 승리를안겨주지 못했다.2차 정계개편의 막은 올랐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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