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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세계는 우리네 축소판”/주부가 쓴“또다른 나의 동반자”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상상 임신한 개 등 관찰·경험담 담아
사랑을 잃고 신경성 병에 걸렸던 개,새끼를 잃고 우울해하다 상상임신한 개,사람들의 싸움에 대해 솔로몬식의 현명한 재판을 한 개,죽어가는 새끼를 살려달라며 애타게 구원을 청한 개….
지난 20년간 수많은 개들을 길러온 주부 원군자씨(47)가 그간 관찰하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최근 『또다른 나의 동반자』(행림출판간)에 담아 책을 냈다.개들의 세계를 한마디로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원씨가 개들의 이야기 를 글로 쓰는동안 딸 최주혜양(20·동덕여대 생활미술과2)은 개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삽화를 그리고,남편 최정민씨(55·회사원)는 원고다듬는 일을 도왔으니 사실상 온가족이 함께 이 책을 엮어낸 셈이다.
『마음을 닫고 개를 보면 하나의 미물이지만,마음을 열고개를 보면 주인을 향한 개들의 사랑과 개들 사이의 미묘한 사랑받기 경쟁을 낱낱이 읽어낼 수 있습니다.개들은 그들이 전지전능한 존재로 생각하는 주인이 그들의 의사를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자신들이 보내는 모든 메시지가 전달된다고 믿는 것 같아요.』
말티스나 시쥬등 한마리를 목욕시켜 털을 말리고 잘 빗질해 털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단장시키는데만 세시간쯤 걸릴만큼 손이 많이 가는 애완견들을,많을 때는 한꺼번에 30여마리까지 길러온원씨의 남다른 「개 사랑」은 암을 이겨내기 위한 싸움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원씨는 제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애견처럼 몇년을 하루같이 온종일 꼬박 지켜앉아 위안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중년의 우울·공허감까지 잊게 해주는 벗들』이라고 자랑.더구나 가족들 사이의 대화도 풍부해지고 화가 날때도 금세 풀 어지게 해주니 그만한 수고를 아낄 이유가 없다는 애견 예찬론이다.
『개를 기르면 자녀들의 입시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집 남매는 한바탕 개를 데리고 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좋아하니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악성빈혈등 병에 걸리거나 조산하는 바람에 수의사들조차 기권해버린 개간호에 며칠밤씩 새우는가 하면 입으로 인공호흡까지 해가며 살려내는 그의 정성에 자녀들이 『엄마는 우리보다 강아지를 더 사랑하는게 아니냐』며 농담할 정도.
애견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특히 자녀가 없는 부부,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혼자 사는 노인,갈등이 심하거나 대화가 없는 가족등 많은 사람들이 어떤 개를 어떻게 기를까에 관해 그에게 상담을 청한다고 전한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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